[한경에세이] 40대가 된다는 것‥심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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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명 < MK픽처스 사장 shim@myungfilm.com >
아역 배우 출신이자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한 사람이면서 감독으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들을 연출한 바 있는 조디 포스터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40대가 된다는 것'에 대해 의미 있는 말을 한 적이 있다.
"40대가 된다는 건 매우 좋은 일이다.
성공에 대해 염려할 필요도 없고,모든 것을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 한계를 받아들이면 된다.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고 미의 여왕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은 선택이 불가능하므로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어 좋다."
객관적으로 많은 것을 성취하고 성공한 그녀가 담담한 자세로 어떤 선택은 불가능하다며 접고 상대적으로 가능성 있는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판단은 과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일까.
인생의 절반쯤 살아낸 사람들이 그녀처럼 자신의 한계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좌절하지 않고 현명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영화일을 17년 정도 했고 여전히 현업에서 좌충우돌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 역시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요즘 들어서 개인적인 고민은 한계를 스스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하면서 일을 포함한 전반적인 삶에 욕심을 부리는 나의 미욱함을 문득문득 깨달을 때다.
아직까지 팽팽한 긴장으로 24시간을 채워가는 것이 견딜 만할 뿐 아니라 즐겁기까지 하고 이것저것 새로운 시도들에 흥분하는 것이 과연 다잡아야 할 욕심인지,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할 의욕인지 가끔 헷갈릴 때가 있다.
조디 포스터의 말을 빌리면 '모든 것을 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나이'임에도 불구,아직 모든 것을 해보려고 아등바등대는 모습을 나 자신이 느끼고 당혹해할 때가 있다.
혹자는 가치관과 입장에 따라 40대도 이리저리 부딪쳐 보고 뒹굴어 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얻어내는 '역동적인' 나이가 아닌가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다시 드는 생각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자조나 섣부른 결론이 아니라 더 확실한 집중을 가져올 수 있는 현명한 판단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현자(賢者)는 아무나 될 수 없는 차원의 인간일 것이다.
우연히 읽은 조디 포스터의 인터뷰에서 현자의 모습을 보았다.
1년도 벌써 반이 넘어가고 있는 6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