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한국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발표 내용으로만 볼 때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북핵 공조와 한·미 동맹 강화에 대해 별다른 견해 차를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풀어 나가되 북한의 6자회담 조기 복귀를 촉구하고,한·미 동맹도 "동맹 50년간 시대적 환경적 변화가 있었으니 이를 반영하지만 큰 틀에서는 공고하고 건강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는 공감대를 확인한 것으로 정리된다. 외형상 지금까지 논의돼온 원칙이나 한국 정부의 방침과 다를 것이 없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상회담 사전브리핑에서 "평화적 해결 외에 '추가적 조치'나 '제재'는 언급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기조를 거듭 강조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것은 무엇이며,어떤 상황 때문에 2시간짜리 회담을 위해 28시간 비행의 긴급한 방문을 했는가"라는 지적에 "외교과정에서는 같은 원칙을 계속 반복해 말하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이 시점에서 두 정상이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침을 재확인하는 것 자체도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처지에선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미 동맹의 강화라는 큰 틀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명제다. 그동안 노 대통령을 비롯 정부 관계자들은 적어도 이 원칙만은 일관되게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워싱턴 정상회담을 둘러싼 미국의 시각은 복합적이다. 특히 북핵문제에서는 한국의 강력한 주장과 요청에 따라 평화적 해결 원칙이 재확인됐으나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미국 보수파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아무 것(대량살상무기)도 없는 이라크도 공격했는데 명확히 핵무기를 만드는 북한을 언제까지 놔둘 것이냐"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이런 미국 내 목소리가 높아가면 부시 대통령이 택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 수 있다. 한·미 동맹관계 발전의제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맹 균열론'이 국내외에서 적지 않게 나왔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다만 그간 이견이 드러난 부분에 대한 두 정상 간 견해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양국이 성숙한 관계를 재정립하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북한의 인권문제가 다시 언급되면서 한.미 보수계층의 북한 대응 목소리는 양축으로 벌어지게 됐다. 북한이 이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한다면 불씨는 하나 더 늘어난다. 북핵과 한·미 동맹 문제로 경제협력 증진방안이 모색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워싱턴=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