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열린우리당 호남 일부 의원에 이어 수도권 의원까지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을 거론하고 나섰고 중부권 신당을 추진 중인 심대평 충남지사도 조만간 고 전 총리를 만나 연대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이런 흐름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등 여러 갈래의 '새판짜기'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열린우리당 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이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고건 중심론 확산=여당 내 보수파 모임인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주도하는 안영근 의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고건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에 대해)공감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지금 상황에선 고건밖에 답이 없다"며 "지금의 간판과 열린우리당 상황으로선 국면 타개가 불가능하므로,정계개편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날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 개편을 주장했던 신중식 의원은 이날 "고 전 총리와 직.간접으로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올 가을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정치권 판이 새로 짜여질 때 나도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고사모'도 공식활동을 시작했고 미니홈피도 개설하는 등 고 전 총리의 대권행보는 이미 시작됐다"며 "모든 세력들이 일련의 프로그램을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를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도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당초 지방선거 후에 변화가 있으리라고 봤으나 시기가 지방선거 전으로 앞당겨지는 것 같다"고 조기 정계개편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심대평 지사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심 지사와 함께 중부권 신당을 추진 중인 정진석 의원은 이날 "심 지사가 조만간 고 전 총리를 만나 나라걱정 얘기를 나눌 것"이라며 "여러 협력과 연대방향이 공론화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극단으로 치닫는 여 내홍=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갈등은 치유불능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안영근 의원은 "한 줌도 안되는 개혁당측과 대다수 (열린우리당) 의원들 간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90%는 이쪽(실용파)이고 10%가 저쪽(개혁당파)인데,저쪽은 20명도 안된다"면서 "개혁당파 의원들에게 나가라고 대놓고 얘기는 못하겠지만,그들이 나가준다면 화장실에서 웃을 의원이 많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유시민 의원을 비롯한 개혁당 출신 의원들에 대해 당을 떠날 것을 요구한 셈이다. 특히 민주당과의 합당추진을 둘러싼 호남 의원들과 개혁파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호남 의원들의 집단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혁파는 "민주당과의 합당은 대통령의 뜻과 배치된다"며 반발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