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베이징사범대 기숙사 7층에서 한국인 여자 유학생이 투신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31세의 이모씨는 지난 2월 베이징에 와 단기어학 연수과정을 밟고 있던 중이었다. 중국 언론은 이씨의 친구 인터뷰를 통해 "이씨가 중국 생활에 적응 못해 늘 집을 그리워했으며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다"고 전했다. 중국에 유학 온 한국인 유학생이 자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데다 원인도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이번 유학생 자살 사건은 '묻지마 중국 유학'이 위험 수위를 넘어선 현실을 우리에게 잘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중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유학생들이 일으키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 유학생 밀집지역인 베이징의 우다커우에는 유학생 오토바이 폭주족까지 등장했다. 대부분 불법 번호판을 달고 있다는 게 주중 대사관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이틀간 PC방에서 밤을 지새던 한 고등학교 유학생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적이 있다. 외국인을 정식으로 받아들이는 학교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베이징에 온 조기 유학생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한 사례가 있으며 남녀 유학생끼리 동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확실한 비전 없이 부모의 등쌀에 밀려 떠나와 우울증에 시달리는 유학생들도 드물지 않다. 물론 유학생 가운데는 착실히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현지 유학생을 직접 채용할 만큼 실력 있는 인재들도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8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45%를 차지해 가장 많다는 게 주중 대사관측 설명이다. 비공식으로 연수를 받거나 초·중·고교에 조기 유학한 학생까지 합치면 5만명에 육박한다. 하지만 그 대가로 치르는 비용이 너무 크다는 생각이다. 유학생 본인과 부모는 물론 관계당국도 '묻지마 유학'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됐다. 경원대가 올해 산둥대에 100명의 교환 학생을 보내는 등 대학들이 잇따라 직접 중국 유학코스를 개설하는 것은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