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각양각색 술 문화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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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제과 윤영달 사장은 매 주말 20∼30명의 직원들과 함께 산에 오르는 '등산경영'으로 유명하다.
정상에서 윤 사장과 직원들은 코냑을 나눠 마신다.
직원들과의 단합 도모와 함께 등반 뒤 갑작스런 체온 저하를 막기 위한 건강상의 목적도 있다.
크라운제과 직원들은 이 술을 '정상酒'라고 부른다.
정상주를 마신 직원들은 각자 돌아가며 목에 소형 녹음기를 걸고 평소 애송하는 시나 자작시 등을 읊는 '정상詩 낭송'행사를 갖는다.
이 회사 직원들 사이에는 해외 출장시 코냑 한 병씩을 사와 회사 총무팀에 '입고'시키는 정상주 조달 문화도 정착돼 있다.
크라운제과의 '정상酒'처럼 독특한 음주문화를 지닌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자사 제품 홍보 차원에서 이색적인 음주 방법을 개발하거나 직원들 간의 보다 끈끈한 단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소 과격한 '폭탄주' 문화를 도입한 기업들도 있다.
과거보다 술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나 이들 기업에서는 자사만의 술자리 문화가 직원들의 소속감을 키워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건설 직원들은 회식이나 접대 술자리 말미에 '모두모아酒'를 한 잔씩 마신다.
계열 기업인 ㈜두산 주류BG에서 나오는 '산소주'를 비롯 와인 '마주앙',위스키 '피어스클럽',매실주 '설중매,'청하''백화수복''설화''국향'등과 함께 과거 자사 제품이었던 'OB맥주'와 '코카콜라'까지 10여종 이상을 냉면 사발에 섞은 뒤 맥주잔으로 한 잔씩 돌려 마시는 것.모두모아주의 색깔은 콜라가,농도는 위스키가 좌우해 이 부분의 배합비율 만큼은 술자리 최고참이 결정하는 것이 특징.회사 관계자는 "우리 그룹의 제품만을 10종 이상 섞어 독특한 술을 만들수 있다는 데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낀다"며 "맛도 생각보다 상당히 좋다"고 말했다.
빙그레 직원들은 '바나나 폭탄주'한잔씩으로 술자리를 시작한다.
맥주잔에 바나나 우유를 붓고 소주를 '뇌관'삼아 마시는 것.술 마시기 전 빈 속에 우유를 마시게 돼 몸에도 좋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국내 한 대형 통신회사에서도 빙그레의 '바나나 폭탄주'의 효과를 인정해 2차 첫 잔을 '바나나 우유+위스키'의 폭탄주로 마시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에는 '정홍주'가 있다.
소주 1병에 이 회사가 생산하는 홍삼 분말 제품인 '홍삼정차' 1포(850원)씩을 타 마시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술자리 다음날 숙취가 상당히 줄어들어 홍삼의 효능을 알리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비타민 드링크 '비타500'으로 큰 재미를 보고 있는 광동제약은 '비타민 폭탄주'를 즐겨 마신다.
양푼에 맥주 양주와 비타500을 두루 섞은 뒤 '충성주'마시듯 돌려 마시는 것.국순당은 '백세주+위스키'의 신종 폭탄주를 개발하고 이를 '벤처주'로 명명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벤처주'는 98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면서 누룩을 빚어 만드는 전통 약주기술을 인정받아 주류 업계로는 유일하게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것을 의미한다.
'오십세주'에 이어 폭탄주에서도 자사 제품을 알리려는 홍보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