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기업'이 뜨고 있다. 인스턴트 기업이란 독특한 아이디어를 갖고 소자본으로 창업한 후 디자인과 제조 등 주요 과정을 아웃소싱으로 돌리고 인터넷을 활용한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단기간에 많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를 말한다. 미국 경제잡지 '비즈니스2.0' 6월호는 "중국 등의 외주 생산기반이 확대되고 인터넷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인스턴트 회사들이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성공 사례들을 전했다. ◆아이디어 하나로 3000만달러 매출 신발업체에서 10년간 근무한 짐 반 다인은 지난 2003년 세 명의 동료와 함께 '킨 풋웨어'란 회사를 설립했다. 이들은 발가락을 보호하는 기능을 가진 스포츠 샌들을 만들기로 하고 프리랜서 디자이너에 의뢰해 시제품을 받아 중국의 대형 신발공장에 주문을 냈다. 킨 풋웨어는 불과 두 달여 만에 16개 모델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았다. 때맞춰 하루 24만명이 방문하는 '쿨 툴스'란 블로그가 이 상품을 칭찬하는 글을 실었고 이는 삽시간에 인터넷으로 퍼지며 '입소문'을 탔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는 작년 70만개의 샌들을 팔아 3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다. ◆디자인비용은 월평균 100달러 '키드 로봇'이란 인형 업체는 디자인 관련 비용이 월평균 100달러밖에 안 된다. 단돈 500달러짜리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만든 새 모델을 인터넷으로 중국 공장에 보내 제품을 공급받고 있기 때문이다. 새 인형을 디자인해 생산·판매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넉 달이면 충분하다. 직원이 11명뿐인 키드로봇은 특유의 힙합 스타일과 일본풍 인형을 통해 올해 55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 ◆생산도 아웃소싱 이탈리아 스쿠터업체인 베스파에서 일했던 필립 매칼렙은 베스파가 인도 외주제작 업체인 LML과 거래관계를 끊자 동료 두 명과 함께 독립해 LML과 계약을 맺고 베스파보다 37%나 싼 2699달러짜리 스쿠터를 생산하고 있다. 매칼렙은 올해 미국시장 판매량이 2500대에 이르고,내년에는 5000대로 늘어 베스파를 앞지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짜 마케팅 직원이 5명인 '프리보드'란 스케이트보드 제조업체는 뉴욕의 한 디자이너로부터 바퀴가 6개인 제품에 대한 질문을 받고 e메일로 답장을 보냈다. 하루 12만명이 방문하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던 이 디자이너는 이 제품을 칭찬하는 글을 올렸다. 이 내용은 인터넷을 타고 유럽에까지 알려져 프리보드는 유럽시장에 쉽게 진입했다. 공짜로 신시장을 개척한 셈이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목표는 150만달러지만 마케팅 예산은 스티커 제작비 1800달러가 전부다. 티모시 펠레이 시카고대 기업연구소 이사는 "기술 발전으로 대규모 설비투자 없이도 모든 기업활동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인스턴트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