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양국 정부의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청와대는 12일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처 명의의 입장 발표를 통해 "양 정상 간 우정과 신뢰에 기반한 확고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고,양국 정상은 6자 회담 재개에 적극적 의지를 표명했으며,동북아 정세에 대한 미측의 이해 증진에 기여했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측에서도 "아주 유익하고 훌륭한 회담(excellent meeting)"(라이스 국무장관이 반기문 외교장관에게),"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측 인사들이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회담이었다"(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이 노무현 대통령과 만났을 때)고 흡족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에서 확인되거나 합의된 '큰 원칙과 방향'에 맞춰 실무자급에서 풀어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히 북한을 포함해 북핵 해결의 남은 여정과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과정에서는 적지 않은 난관도 예상된다. 양국 정상이 회담 후 오로지 평화적·외교적 방법 속에서 북핵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가 '특정시점'까지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을 제재하는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상회담과 그에 앞서 진행된 외교장관-안보보좌관 회의 등에서 제재문제가 어떤 식으로든 거론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6자 회담 재개 조짐이 보이는 시점에서 이 문제를 공식화할 수 없는 만큼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미국에서 불거져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 미국 내 보수강경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리 정부가 무한정 대북제재 주장을 막기에는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린 관심사는 평화적 해결의 시한이다. 정부 관계자는 4차 6자 회담의 재개 시한에 대해 "수주 내 수준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미 동맹 문제는 일단 확고함이 확인됐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미 관계가 매우 특별하고,굳건하며,중요한 전략적 동맹"이라고 말했다. 다만 노 대통령이 '대화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언급한 '한두 가지 작은 (미해결) 문제'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유사시)작전계획 5029문제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이런 문제들은 단기간에 쉽게 정리될 사안이 아니다. 경제난 속에서 방위비 분담 문제도 국내에서는 적잖은 갈등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은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이어서 관심사다. 북한이 민감하게 느낄 사안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미국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인도적 지원,남북교류를 통해 북한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절충형'으로 안건을 봉합했다. 향후 미국의 문제제기 강도,북의 태도에 따라 더 큰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이 밖에 한·일 관계도 한·미,미·일 등 3각체제와 관련,잠재변수로 남아 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