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플레이어(MP3P) 제조회사인 엠피오의 디자인팀은 드림팀으로 불린다. MP3P 디자인 실력에 관한 한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디자인 선진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국 CES와 첨단 IT제품 전시회인 독일 CeBit 등 내로라하는 세계 일류 전시회와 유명 잡지 등에서 10여차례나 디자인상을 수상할 정도의 실력을 자랑한다.


천편일률적으로 네모난 MP3P에 혁신의 개념을 도입해 때론 립스틱같고 때론 잠수함같고 때론 윷같은 디자인을 내놓은 것도 엠피오 디자인팀이 처음이었다.


엠피오는 디자인을 아웃소싱하는 여느 중소기업과 다른 경영철학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우중구 사장(43)과 김영태 디자이너(42)가 있었다.


두 사람은 MP3P는 디자인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조그마한 디지털기기의 디자인이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에 옮긴 것은 2000년 어느날.두 사람은 디자인 아웃소싱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행 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찾아간 곳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노디자인과 영국의 글로벌 디자인회사 IDEO.이들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 보자는 심산이었다.


당시 시중에 나와있던 제품은 천편일률적으로 사각형 박스 모양이어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는 난관이 놓여 있었다.


거대 디자인회사가 요구한 디자인 피(fee)는 일개 벤처기업이 감당하기엔 너무 컸다.


당시 두 사람이 운영하던 디지털웨이(현재 엠피오의 자회사)의 연간 순이익과 맞먹는 금액이었다.


판매량에 따라 지불되는 로열티는 별도였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 두 사람은 아예 자체 디자인팀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인기있는 디자인들로 유명한 엠피오의 디자인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3명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9명의 디자이너가 일하고 있다.


결코 많지 않은 인력이지만 실력은 일당 백이다.


대부분의 중소 MP3플레이어 제조사들이 디자인을 외부에서 아웃소싱하는 것과 달리 엠피오는 디자인팀에 역량을 집중했다.


우 사장은 "우리는 디자인회사"라고 강조했다.


엠피오 디자인팀의 선봉장은 김영태 이사. 삼성전자 디자인실에서 10년간 근무했고 영국 일본 등 해외에서 연수한 실력파다. 대표작은 2001년 내놓은 '엠피오 DMK'와 지난해 출시한 'FG-100'. DMK는 국내에서 최초로 박스형을 탈피한 MP3플레이어로 꼽힌다. 여성들이 사용하는 립스틱 같기도 하고 혹은 잠수함 같기도 하다.


이 모델은 2003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미국 CES에서 '이노베이션상'을 받았으며 유럽에서 가장 명망있는 'IF디자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70~80년대 젊은이들이 여행갈 때 가지고 다니던 대형 카세트 오디오 '붐 박스'를 본 뜬 'FG-100'도 독특한 제품으로 꼽힌다.


최주호 팀장(36)도 30대의 실력자다.


산업자원부가 지난 5월 올해의 GD(굿디자인)상품으로 선정한 'FY500'은 그의 작품. 한국 고유의 전통놀이인 '윷'에서 고안했다.


반통형 모양에 뒷면에는 주름을 넣어 손안에 쥐는 느낌을 극대화했고 색상은 핑크 블루 등 파스텔톤을 사용했다. 이달 중순 출시될 예정인 'FG200 엠피오 원'도 최 팀장의 손길이 닿은 제품이다.


이호각 대리(34)는 올 8~9월께에 시판될 하드디스크타입 'HD400'을 디자인했다. 현대적인 느낌을 위해 블랙 바탕에 스테인리스 띠를 만든 것이 특징이다. 제품이 퍼져보일지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에 업계에서 잘 쓰지 않는 가로띠를 넣고 여기에 버튼을 얹었다.


최근에 디자인팀에 합류한 뉴질랜드인 폴리나 리피나(24)도 눈에 띄는 디자이너다. 글로벌 감각의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해 디자인팀이 수소문 끝에 영입한 인물이다. 엠피오의 제품 컨셉트는 물론 해외로 나가는 각종 카탈로그와 포스터, CI 디자인에 참여한다. 김영태 이사는 "지난 3년간 디자인팀원 3명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 디자인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면서 "인력을 잃은 게 가슴아프지만 팀원들의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방증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2000년 어느날 디자인을 찾아나섰던 두 사람의 미국 행은 충분히 보상받고 있는 셈이다.


글: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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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오는


1998년 설립됐다.삼성전자의 '옙(yepp)'을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기도 했다.사업초기부터 일본 유럽 등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현재 월 3만~5만대 이상을 생산해 전세계 55개국에 자체 브랜드 '엠피오'로 수출하고 있다.미국의 대형 전자제품 양판점인 베스트바이, 온라인 마켓 아마존 등에서 판매한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은 300억원.이중 해외 매출이 90%를 차지한다.지난해 코스닥 상장사 예스컴과 합병한 뒤 사명을 엠피오로 변경했다.자회사로 디지털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