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 쌍용동 롯데마트 인근에서 '천하일품'이란 주점을 운영하는 심태원 사장(44)은 지난해 2월까지 뉴코아백화점에서 총무·인사부장으로 일했다. 회사가 통째로 이랜드에 넘어가자 사표를 내고 주점 사업에 뛰어든 것.지난해 3월초 점포 문을 연뒤 지금까지 단 명절연휴 4일을 빼고는 죽어라 일만 했다. 덕분에 1년여가 지난 지금 직장 다닐 때의 2배를 번다. 지난 4,5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씩 늘어난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지난해 1월 직장생활을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을때 두 가지 원칙을 세웠어요.하나는 전 직장과 관련있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고가 없는 곳으로 생활터전을 옮기자는 것이었죠." 마침 천안은 직장 다닐 때 친하게 지내던 동료 몇 명이 이미 둥지를 틀고 있었다. 지금 하는 주점도 의류가게와 주점 두 개를 운영하던 후배가 인수를 권유해서 맡게 된 것이다. 남들과 달리 초기에는 불안감이 없었다. 직장 생활 때보다 나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러나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어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가슴이 콩알만하게 오그라들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은 한 달 순익이 300만원으로 최악이었습니다. 단골들마저 휴가를 떠난 데다 안주로 나오는 탕류가 여름에 맞지 않았던 탓이었지요." 심 사장의 하루 일과는 월급쟁이 때와 정반대로 올빼미 생활이다. 오후 5시에 가게를 열어 새벽 3시에 문을 닫는다. 30분간 마무리를 하고 가게에서 10분 거리인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5시.하지만 푹 자기는 힘들다. 아침 7시에 아내와 자녀들이 깨면 그도 함께 일어난다. 명절 연휴 4일을 제외한 361일간 가게에 나가는 그가 아이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건강을 해치기 때문에 낮 12시가 되면 무조건 일어나 집 뒤 월봉산에 올라갑니다. 1시간 동안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등산한 뒤 가게로 나오지요. 가게에 와서는 술과 식자재 주문을 합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일은 중노동을 뜻하기 때문에 체력관리가 기본입니다." 그가 1년여 동안 꾸준하게 해온 일은 웃는 표정 연습과 화장실 청소.유통업체에서 15년을 보냈지만 얼굴 표정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짜증 나거나 몸이 힘들면 얼굴이 저절로 일그러졌다. 특히 술 취한 손님이 현금을 내던지듯 계산하다가 땅에 떨어진 돈을 주울 때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화장실에 손님이 구토한 것을 치울 때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종업원에게는 화장실 대걸레를 맡기지 않는다. 영업 마감 뒤 청소는 그에게 하루를 반성하고 의지를 다지는 의식으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나쁜 기억들은 청소 때 깡그리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다른 장사도 마찬가지겠지만 손님들은 자기를 기억해 주면 좋아하죠.제 경우 웬만한 손님은 언제,어느 테이블에서 무슨 메뉴를 주문했는지 다 기억합니다. 라이터 같은 조그만 소지품까지 손님이 잊어버린 물건은 보관해 놓았다가 나중에 돌려드리면 깜짝 놀라지요." 인력 관리는 가게 운영의 핵심이다. 주방 아줌마는 괜찮지만 참한 시간급 종업원 구하긴 힘들다. 특히 4~5월,9~10월엔 비상이 걸린다. 그는 종업원이 그만둘 때 반드시 친구들을 불러 환송식을 열어 주고 섭섭지 않게 해준다. 그만둔 종업원이 친구들을 소개해 주거나 몇 달 뒤 일자리를 달라고 연락이 오기 때문이다. 여름으로 접어든 요즘 심 사장 표정은 의외로 밝다. 작년 여름과 같은 참담함을 겪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본사 (02)6300-8503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