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지난 10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됐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이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 공연은 완결미를 갖춘 내러티브 구조,수준 높은 음악과 연기,화려한 무대장치로 객석의 갈채를 받았다.


4년 전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라이선스 버전과 달리 배우들의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특히 유령 역의 브래드 리틀은 고음과 저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목소리로 분노와 슬픔을 잘 표현했다.


그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시종 무대와 객석을 장악한다.


격정적인 유령과 대조적으로 연적 라울 역의 제로드 칼랜드는 평온하면서도 온화한 목소리를 들려준다.


두 사람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크리스틴 역의 아나 마리나의 음색은 풍성하면서도 호소력이 있다.


극중 극의 프리마돈나는 다소 경박스러운 고음으로 노래하면서 나름대로 배역에 맞는 분위기를 잘 소화해 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펙타클한 장면들은 관객들의 숨소리를 멎게 한다.


두 주인공을 태운 배가 지하 호수에서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촛불로 장식한 세트가 서서히 구축되는 장면은 음악의 리듬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샹들리에가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 위에 떨어지는 장면도 국내외 팬들이 뽑은 '가장 인상적인 뮤지컬 장면'으로 손색없다.


등장 인물들이 무대 뒤에서 펼치는 연애담은 어둡고 무시무시하지만 무대 앞에서 펼쳐지는 오페라 공연 장면들은 익살스럽다.


'한니발' '일무토' '돈주앙' 등 세 편의 오페라 장면에 등장하는 고풍스러운 의상과 발레,성악적 요소는 뮤지컬과 오페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다만 오리지널 버전이기 때문에 무대와 자막으로 시선이 분산되는 게 아쉽다.


유령에 비해 라울과 크리스틴의 성량이 다소 처진다는 것도 약점이다.


오는 9월1일까지 이어지는 이 공연의 티켓은 6월분이 거의 매진됐고 7월분도 70% 이상 팔렸다.


(02)542-0530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