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 8개월의 해외도피생활 끝에 금명간 귀국한다는 소식이다. 귀국을 앞둔 훨씬 전부터 그에 대한 재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어온 점을 생각할 때 무엇보다 김 전 회장의 귀국이 정치 경제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고,따라서 앞으로의 수사 및 사법처리 과정에도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것처럼 김 전 회장은 계열사에 41조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지시하고 9조200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았으며, 25조원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 모든 범법행위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통해 그의 잘잘못이 밝혀져야 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대우그룹의 부채경영이 한국경제 전체를 뒤흔들었고 그 뒤치다꺼리를 위해 국민 혈세인 28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책임은 무겁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회장은 우선 귀국과 함께 사법처리와는 별도로,실패한 경영인으로서 수많은 대우 임직원과 주주는 물론 국민경제에 엄청난 손실과 피해를 입힌 데 대해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철저히 책임지겠다는 자세부터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은 개발연대 이후 한국 경제의 기적을 상징하던 대우가 외환위기 과정에서 몰락하게 된 모든 얘기에 대해 진솔한 증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성공한 기업 못지않게 실패한 기업의 경험 자체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서의 귀중한 교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적절치 못한 정책적 판단은 없었는지,부당한 정치권의 개입은 없었는지,아직 제대로 실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엄중한 사법적 단죄 못지않게 그의 공과(功過)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김 전 회장의 경영방식이 결과적으로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그가 '세계경영'을 내세워 해외시장 개척과 수출입국을 선도하면서 한국경제의 활력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한 공(功)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가 앞장서 개척하고 투자했던 인도나 동구권 등 신흥시장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지금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것만 보더라도, 김 전 회장과 대우가 쌓았던 업적을 결코 가볍게 여기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