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그룹 등 전통적 큰손에 이어 외국계 신흥펀드가 잇따라 상륙하면서 국내 증시가 외국계 투자자들 간의 각축장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외국계 신흥펀드의 등장은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주요 기업의 대부분이 최대주주 지분에 비해 외국인 지분이 월등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외국계 신흥펀드의 가세는 경영권 위협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국내 증시,'여전히 밝다' 외국계 신흥펀드의 잇따른 등장은 일단 국내 증시에는 '청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 증시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들 외국계 신흥펀드들이 5%이상 투자한 종목은 54개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한국시장에서 아직도 '먹을 게 있다'고 보고 투자를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5월 말 현재 7.9배로 일본(27배),미국(19.1배) 등 선진국 증시는 물론 필리핀(17.9배),홍콩(14.5배),대만(12.4배)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종합주가지수가 최근 1000포인트에 육박하고 있지만 여전히 싼 주식이 많다는 얘기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신흥펀드 30개사 가운데 40%인 12개사가 미국계 펀드인 점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는 "미국계 자금은 중장기 뮤추얼펀드와 연기금이 대부분"이라며 "따라서 경기나 주식시장의 시황보다는 기업가치를 근거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경영권 위협은 가중 하지만 외국계 큰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 입장에선 경영권 간섭에 대한 시름도 그만큼 커지게 됐다. 증권선물거래소 조사 결과 지난 1월말 현재 거래소기업 499개사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 전체의 지분이 국내 최대주주 지분보다 많은 기업이 53개사에 달했다. 국내 대표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날 현재 포스코의 외국인 지분은 65.92%로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관리공단(3.54%)보다 무려 63.28%나 높다. KT&G 현대산업개발 대구은행 등은 외국인 지분이 최대주주보다 50% 이상,삼성전자 SK㈜ 부산은행 대림산업 등은 40% 이상 높다. 물론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외국계 펀드는 대부분 '단순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취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주주 지분이 너무 낮은 기업들은 경영권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펀드의 입김이 세지는 만큼 국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힘이 커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