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은 12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독일 정부가 수여하는 대십자(大十字) 공로훈장을 받았다. 대십자공로훈장은 김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 및 긴장 완화 노력, 한독관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해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출신인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이 수여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에서 미하엘 가이어 주한 독일대사가 훈장을 대신 전달했다. 김 전 대통령은 수훈 연설에서 "독일은 우리가 군사독재하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줬고, 제가 사형언도를 받고 생명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독일 국민과 정부, 국회는 저의 구명을 위해 힘을 다해주셨다"며 "독일은 또한 2000년 3월 베를린선언을 한 장소로서 이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물꼬를 튼 계기가 됐다"고 독일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제가 그동안 받은 어떠한 영예보다도 이 일등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은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독일정부와 국민들의 호의에 대해 잊지 않고 좋은 친구이자 협력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같은 호텔에서 열린 6.15 5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참석자 환영 만찬을 주재한 자리에서 만찬사를 통해 "6.15 공동선언은 대체로 양측이 윈-윈의 합의를 이룩해 낸 성공적인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실인데, 이것은 민족의 화해 협력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 모두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서울을 꼭 방문하도록 우리 모두의 뜻으로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 당시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참배하는 문제로 북측과 논란이 됐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참배 요구를 이해할 수 있으나, 남한의 국민 감정으로 봐서 대통령이 참배하게 되면 아무리 좋은 합의를 해도 국민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참배 문제 하나 때문에 반세기만에 열린 민족의 대사를 망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재고해달라고 설득했고, 이는 결국 우리가 주장한대로 됐다"며 "김정일 위원장은 백화원 초대소의 복도를 같이 걸어가면서 나에게 `금수산궁전은 가지 않아도 됩니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만찬에는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 첸치천(錢其琛) 전 중국 부총리,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 이름가르드 쉬베처 전 독일 건설교통부장관 등 학술회의 참가자들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 오영교(吳盈敎) 행정자치부 장관, 정창영 연세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