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의 해외도피 생활을 접고 14일 오전 귀국할 예정인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김 전 회장의 `고백'이 몰고 올 파장을 가늠하며 촉각을 세웠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김 전 회장이 귀국을 결심한 배경 등을 놓고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고, 김 전 회장의 귀국에 따른 정치적 득실을 둘러싼 복잡한 계산이 맞물려 어수선했다. 김 전 회장의 귀국과 관련해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은 크게 세 부분. 즉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25조원의 비자금의 사용처, 대우그룹의 퇴출을 막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의혹,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전경련 회장으로 있다가 석연치 않게 출국한 과정 등이다. 우선 현 정부는 대우그룹 사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세력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편안하게 김 전 회장의 귀국과 수사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대우그룹이 `세계경영'을 내걸고 무리한 차입경영을 감행하면서 급속도로 부실이 진행된 것은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라는 점에서 비자금의 행방과 용처와 관련해서는 정권 교체 이전의 구 여권쪽이 아무래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지난달 중순 베트남 방문길에 김 전 회장을 만난 열린우리당 김종률(金鍾律) 의원은 지난 8일 불교방송에 출연, "김우전 전 회장이 귀국해서 잠 못자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아마도 `국민의 정부' 이전 (정치인들)일 것"이라며 "참여정부 정치인들과 직접 관련있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우그룹 퇴출을 막기 위한 정.관계 로비설과 김 전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이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의 일이라는 점에서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세력은 `국민의 정부'쪽일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김 전 회장이 들어오면 시끄러울 것"이라며 "결국은 DJ가 폭탄의 핵이 되지 않겠느냐. DJ와 민주당, 전직 총리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김 전 회장은 (국민의 정부)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기 때문에 타협도 하고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지 않겠느냐. 김 전 회장의 외유가 자의인지 타의인지 여부 등이 당사자의 입으로 밝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후폭풍을 예고했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동교동과 민주당은 김 전 회장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강조하면서도 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대우문제에 대해 줄곧 강경한 입장을 취해온 민주노동당은 김 전 회장의 탈법경영의 실체와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면설, 정치적 교감설 등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정치적 득실 계산이나 음모론적 해석보다는 담담하고 엄정하게 진상을 밝히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일부 그런 시각도 있지만, 정치적인 것과 연결시키고 싶지 않다"며 "정치권이 근거없이 떠도는 설에 대해 논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했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