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문제 이렇게 풀자] (上) "판교에 1만가구 더 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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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집값 불안 현상이 최근 들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다.
정부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광풍(狂風)을 잡기엔 버거운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정부 일각에서도 수요억제의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 공급확대를 병행하며 시장을 추스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국민들,특히 서민들의 주거불안은 물론 상대적 박탈감을 증대시키고 있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찾아본다.
최근의 집값 불안은 강남 대체 도시로 계획된 판교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서울 강남과 분당·용인의 중대형 아파트값이 급등한 데서 비롯됐다.
판교가 기대에 못 미친 것은 공급물량의 부족과 중대형 평형수가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분양받을 확률이 낮아지자 주변의 분당과 용인으로 대체 수요가 집중됐고, 특히 강남권의 중대형 평형 수요가 요동치면서 집값 파동을 불러왔다.
따라서 집값파동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우선 판교의 아파트 공급물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 그것도 중대형 위주라야 한다.
여건상 1만가구는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판교의 공급물량을 확대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세 가지 이유에서다. 먼저 금싸라기 같은 땅의 낭비를 막자는 것이다. 판교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까닭은 서울 강남과 가까운 노른자위 신도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당분간 이만한 입지는 나올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판교를 최대한 경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이는 정부가 추구하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도 부합하는 방향이다.
판교의 크기(281만평)는 분당신도시(594만평)의 절반 정도이지만 주택 공급 수는 4분의 1 수준이다. 분당에서는 약 10만가구가 공급됐지만 판교의 계획 공급물량은 2만6000가구 정도다. 면적 비례로 따지면 5만가구가 공급돼야 한다. 따라서 1만가구를 더 공급해 3만6000가구가 들어서더라도 분당에 비해 밀도는 낮다. 쾌적성에 전혀 문제가 없는 셈이다.
두 번째는 환경보전 측면에서도 득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부족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교급 신도시를 추가 건설키로 가닥을 잡았다. 그런데 1만가구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서는 수도권 그린벨트 또는 알짜배기 땅을 또다시 100만평 이상 훼손해야 한다. 판교는 이미 개발이 확정된 땅이다. 기왕 파엎기로 한 땅에 1만가구를 추가로 건설하는 게 아직 망치지 않은 땅 100만평 이상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다.
세 번째는 판교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곧바로 1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신도시를 개발해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는 최소 5년 길게는 7~8년이 걸린다.
더욱이 최근에는 환경단체 및 지자체와의 협의과정이 험난해 신도시 건설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강남권 수요를 대체하지 못해 촉발된 집값 파동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는 점이다. 추가 신도시 건설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시일이 촉박하다.
이상의 세 가지 근거만으로 따져봐도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득이 되는 판교신도시의 공급물량 확대를 주저할 까닭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미 실시계획까지 확정하고 택지공급 절차에 들어간 상황이어서 계획을 수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정책 책임자들이 선택하기에 따라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사회 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집값은 이제 더 이상 형식논리와 명분에 집착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발상의 전환과 현실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철 건설부동산부장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