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대식으로 단장된 '킬러' 부부의 집안은 비밀의 공간이다. 남편의 공구창고에는 폭탄과 총들이 즐비하다.


또 주방의 오븐은 아내의 무기고다. 부부는 이 집에서 각기 자신의 정확한 스케줄에 따라 살아왔다. 가정생활도 신분을 감추기 위한 업무의 연장 같다.


마침내 상대가 경쟁사의 살인청부업자임을 확인하는 순간 부부는 총과 칼을 집어들고 전쟁에 돌입한다.


덕 리만 감독의 액션코미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는 부부싸움의 정서적 파장을 과장해 보여주는 일종의 우화다. 이 영화에서 부부싸움은 서로 감춰온 진실이 드러날 때 겪어야 하는 험로를 상징한다. 부부가 서로의 정체에 의혹을 품은 채 마주치는 주방 장면은 기만적인 결혼생활을 풍자한다.


부부는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서로 칼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한다. 경쟁 도구는 킬러 부부답게 총과 칼 폭탄 등이다. 싸움에는 주먹질과 발길질도 동원되지만 아내가 맞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남편은 결정적 순간에 아내에게 양보한다. 그가 싸움에서 질 때 사랑에선 승리한다.


부부싸움을 과장하는 표현 방식은 액션뿐 아니라 카메라 워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액션을 강조하거나 배우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기 위한 슬로모션이 현대영화로는 드물게 많이 삽입됐다. 집안에서 벌이는 총격전,외부 암살자들과 펼치는 총싸움,자동차 추격 신의 총탄 발사 장면 등에 쓰인 슬로모션은 액션을 강조하기 위한 낭만적인 수사법이다.


반면 남편이 아내 곁에서 와인병을 떨어뜨리는 슬로모션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의심'을 표현한 것이다. 아내는 '킬러 본능'으로 무심결에 와인병을 잡았다 정체가 발각될까 봐 다시 놓친다.


부부 역의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는 각자의 성적 매력을 잘 살린 캐릭터를 연기했다. 졸리는 남자를 평가하는 동시에 남자와 경쟁하는 방식으로 여성성을 표현한다. 그녀는 남자의 능력을 지켜본 뒤 자신도 그에 못지 않음을 과시한다.


주인공들의 얼굴 상처 크기가 장면에 따라 자주 변하는 것은 연출상의 결함이다.


16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