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일류 정부의 길 ‥ 백만기 <변리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백만기 < 변리사 mgpaik@ip.kimchang.com >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필자가 1970년대 말 유엔기구에서 연수를 받을 때만 해도 동기생들은 아시아에서는 방글라데시,아프가니스탄,아프리카에서는 가나,콩고에서 온 이가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동기생 대부분이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나라 출신이어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의 고위 관료였던 한 친구는 식사도 자주 하면서 우의를 다지고는 했는데 귀국 직후 소련의 침공으로 인해 소식이 끊겨 버려 아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들과 어울리면서 우리는 자식에게 언제쯤 자랑스러운 우리의 미래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해 보기도 했던 일이 엊그제 같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너무도 달라진 우리 모습에 스스로 놀란다.
스위스의 국제경영연구원(IM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특허생산성이 세계 2위라고 한다.
이렇게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보니 각종 국제회의에서 우리 정부와 민간은 모두 상당한 대접을 받는다.
수년 전 오랜 만에 한국을 방문한 일본 특허청장은 너무도 달라진 특허청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귀국 즉시 한국에 주재관을 파견한 일도 있었다.
이러한 특허 행정의 선진화 사례에서 우리 정부가 세계 일류로 가는 데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우리의 앞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다.
소위 후발주자의 장점을 살리는 전략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행정 전산화를 시작했지만 인터넷 시대에 걸맞은 특허행정의 IT화에는 우리보다 조금 늦었다.
두 번째는 행정 소프트웨어다.
특허행정은 세계적으로 표준화한 심사 업무를 하기 때문에 선진국의 행정 소프트웨어와 별반 차이가 없고 비효율적인 요소도 적다.
우리가 좀더 고객 지향적인 체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국제적인 특허법 통일화 추세에 비춰보면 이런 문제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다음은 개방적인 인재 확보 체제다.
특허청이 민간에 문호를 과감히 개방해 확보한 고급 이공계 인재는 세계 어느 관청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
물론 앞으로 우수한 인재가 오래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더욱 혁신적인 보수 체계와 교육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무쪼록 특허청이 타 행정부처의 모범적 사례가 됨으로써 향후 각 분야에서 '한국 정부야말로 일류 정부'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