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들은 판교의 공급물량 확대 제안에 대해 대체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판교에 중대형 평형을 1만여가구 늘리면 강남권 집값 잡기에도 도움이 되고 서민 집값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환경문제 등을 들어 반대입장을 보인 전문가도 있었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장은 "판교에 중대형 평형을 대거 공급하면 강남권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결심만 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판교가 저밀도 소형 평형 위주로 개발되다보니 강남 대체효과가 크게 떨어졌다"면서 "중대형 위주로 공급을 대폭 확대하자는 제안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판교는 산과 계곡이 많기 때문에 평지 위주의 분당처럼 녹지율을 그렇게 높일 필요가 없다"면서 "강남 대체 신도시를 만든다고 여기저기 땅값만 올려놓느니 판교를 지금보다 고밀도로 개발해 지역 수요를 충족시키는 정책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신도시 자문위원인 안건혁 서울대 교수도 "판교를 친환경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정부공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급을 크게 줄였던 것"이라며 "판교는 밀도를 지금보다 높이더라도 분당보다는 쾌적한 환경이므로 수요에 맞춰 개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다른 대체 신도시를 개발하더라도 입주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판교 공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효율적인 정책 대안"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판교 공급확대와 대체 신도시 개발을 병행해야 강남권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판교 공급확대 제안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인 전문가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환경론자인 황의현 충북대 교수는 "주택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의식구조를 바꿔야지, 판교에 단순히 공급만 늘린다고 집값이 잡히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인 아주대 교수도 "판교 개발을 추진하면서 공급가구수를 한번 늘렸다가 다시 줄였다"면서 "또다시 공급을 늘리자는 얘기는 불필요한 논란만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급을 대폭 확대하더라도 분당·용인지역 외에 강남권 집값까지 잡을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