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前회장 귀국] 하노이 출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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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하노이 숙소를 출발해 14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는 과정은 육지와 공중에서 벌어지는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김 회장은 서울행 아시아나항공 OZ734편 출발시간을 30분 앞둔 13일밤 11시(한국시간 14일 새벽 1시·이하 한국시간)께 변호사 의료진 등 일행과 함께 그간 머물던 하노이 시내의 탕롱인터내셔널빌리지를 출발했다.
김회장은 기자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뒷자리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숙소를 빠져 나갔다
김 회장을 태운 매그너스 승용차에는 김주성 전 (주)대우 하노이 지사장(현 베트남 킴코 회장)과 아주대병원 소의영·신준한 교수 등이 함께 동승했다.
승용차가 빠져나오자 김회장을 촬영하기 위해 앞을 가로막은 기자들과 이를 밀어내려는 베트남 정보기관원 및 관리인들 간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하노이공항 도착 직후 VIP 통로를 통해 비행기로 직행했다. 이 때 공항에서 김 회장을 기다리던 한국 보도진 수십 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으나 공항 당국의 제지로 비행기에 탑승하는 김 회장을 제대로 취재할 수 없었다.
비행기로 들어가는 김 회장은 완전한 백발에 바짝 마른 모습이었으며 특유의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김 회장과 일행은 OZ734편 비즈니스석에 모두 탑승했다. 김 회장이 탑승한 비즈니스석은 곧바로 일반석과 차단됐다.
○…김 회장이 장기 체류하던 하노이 시내 외국인 전용 주택가인 탕롱 인터내셔널빌리지는 대로변에서 떨어진 조용한 고급 주택단지. 김 회장의 마지막 도피처였던 이 곳은 3층짜리 유럽식 주택으로 연건평이 100여평 정도에 달했다.
정원 잔디밭에 장미 몇 그루와 석재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 등이 마련돼 있다. 철제 대문이 2곳에 설치돼 있으며 안전을 감안한 듯 베이지색 건물 외부 곳곳에는 폐쇄회로 카메라가 갖춰져 있었다.
이 곳은 한국인들이 살지 않는데다 하노이공항과 대우호텔의 중간 지점이어서 칩거생활을 하기에는 제격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3일 보도진이 몰려들자 인근 주민들도 "그 노인이 대우 회장이었냐"며 관심을 보였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듯 베트남 정고기관 요원들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회장의 자택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에서 온 변호사와 의사들이 드나들어 외부의 모습과는 달리 매우 분주하게 움직이는 분위기였다.
김 회장과 함께 귀국하기 위해 서울에서 파견된 김&장법률사무소의 조준형 변호사와 아주대병원의 소의영.신준한 교수는 숙소인 멜리나호텔에서 아침 식사를 서둘러 마친 뒤 김 회장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매그너스 승용차를 타고 모처로 향했다.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은 이 차를 따라 붙어 탕롱인터내셔널빌리지를 찾아냈다.
이 빌리지에서 2년간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는 오와잉씨는 취재팀이 김 회장의 사진 10여장을 노트북을 통해 보여주자 "바로 그 사람이 저 집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오와잉씨는 "저녁시간에 주로 밖에 나와 앞 뜰을 거닐기도 한다"면서 "한달전부터 이 사람(김 회장)을 자주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집 밖에서는 실내의 김회장 모습이 간간이 눈에 띄었으며 8시40분에는 여행가방을 꾸리는 김 회장의 모습이 목격됐다. 기자들이 몰려들자 2층 불은 꺼졌다.
그는 관리인으로 보이는 베트남인 2명과 함께 거주해왔다. 저년 때는 베트남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준비하기 위해 방문한 여자 요리사의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지금껏 베트남에서 김 회장 후견인 역할을 해온 것은 '빙민'이라는 이름의 현지 기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준형 변호사와 의료진 일행의 호텔과 항공권 예약을 모두 이 회사가 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은 없었으나 아마도 김 회장이 현지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근무하는 회사가 아닌가 추측된다.
기자가 처음 매그너스를 놓치고 난뒤 호텔로 돌아가 조준형 변호사의 방문을 노크했을 때는 이미 체크 아웃 상태였으며 호텔직원들은 빙민 사람들이 와서 짐을 다 챙겨갔다고 전했다.
○…재계는 공식반응을 자제하면서도 김 회장의 귀국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내에서는 김 회장이 과오도 있지만 경제발전에 기여한 점은 인정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전경련은 공식입장을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며 오는 16일 열리는 월례 회장단회의에서 김 회장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옛 대우 계열사들은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까라는 우려 속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했다. 그러나 김 회장과 대우사태에 대한 공과가 제대로 평가돼야 한다는 희망을 나타냈다.
GM대우의 한 임원은 "만감이 교차할 뿐"이라며 "세월이 어느 정도 흘렀고 김 전 회장과 대우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이 큰 만큼 사법적인 절차를 거치고 국민 여론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우자동차판매 관계자는 "옛 대우 임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세계 경영의 성과가 제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