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김우중 전 대우 회장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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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오늘 새벽 서울에 도착해서 곧바로 대검찰청으로 압송됐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김 전 회장의 조사에서 여러 내용들이 밝혀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인천공항 현장과 검찰청 현장을 취재하고 온 조성진 기자, 김정필 기자와 함께 현장분위기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조성진 기자, 인천공항에 다녀오셨는데요.
김 전 회장이 도착하자 마자 바로 검찰로 압송됐죠?
((기자))
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편으로 우리시각 1시 30분 베트남 하노이를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에는 5시 3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이후 입국 수속을 마치고 도착 문 바깥으로 빠져나와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도착 30여분 후인 6시경이었습니다.
김 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인천공항 현장은 금새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취재진 수십명과 김 전 회장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과거 대우 계열사 사장단들과 임원들, 그리고 대우 해고자들과 대우 피해대책위원회, 사회당, 민주노동당에서 시위를 위해 나온 사람들이 한데 뒤엉켰기 때문입니다.
김 전 회장을 둘러싼 경찰과 취재진들의 몸싸움이 치열했고, 여기에다 일부 시위대들이 김 전 회장에게 물세례를 퍼붓기도 하는 등 현장은 한마디로 아비규환 상황이었습니다.
이 사이를 뚫고 대기하고 있던 검찰 차량에 탑승해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는데 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릴만큼 혼잡했습니다.
((앵커))
김우중 전 회장이 현장에 도착해서 국민들을 상대로 귀국의 변을 밝힐 것으로 기대되기도 했는데 그러지는 못했나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김 전 회장은 간단하게라도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는 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취재라인이 무너지면서 이런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취재진들이 심경 한마디 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아무런 대답도 없이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앵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현장을 빠져나간 후 측근들이 사과문을 복사해서 배포했다죠?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까?
((기자))
사과문은 김 전 회장이 직접 자필로 작성한 것을 복사해서 언론에 배포됐습니다.
이 사과문에서 김 전 회장은 "대우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좀 더 일찍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부끄러운 마음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제는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과거 문제를 정리하고자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돌아왔다"며, "IMF사태의 격랑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인 만큼 그 결과에 대한 사법당국의 조치를 달게 받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는 어때 보였습니까?
((기자))
네,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원래 협착증 등의 지병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오랜 도피생활로 인해 다소 지치고 피로한 듯한 기색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에 둘러싸여 이리 저리 밀리면서 당황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이미 측근들이 밝힌 것 처럼 병원으로 가지 않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검찰 측 차를 타고 대검찰청으로 직행했습니다.
((앵커))
네, 이렇게 김우중 전 회장이 이렇게 귀국하자마자 인천공항에서 대검찰청으로 압송이 됐는데요.
이번에는 대검찰청 현장에 다녀온 취재기자 함께 자세한 소식 들어보겠습니다.
김정필 기자, 대검찰청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기자))
대검찰청에는 김우중 전 회장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 백여명과 전현직 대우직원 30여명이 검찰 청사에 몰리면서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경찰 50여명도 입구를 막고 만일에 있을 지도 모를 시위에 대비했는데요 다행히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회장을 태우고 인천공항을 떠난 검찰 차량은 6시 50분쯤 대검찰청에 도착했습니다.
김 전 회장은 대검찰청 입구 포토라인에서 취재진과 간단한 일문일답을 통해 먼저 "대우사태에 대해서 죄송하다..전적으로 책임지기 위해 귀국했다..혐의는 인정하겠다"고 말한 뒤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겠다"는 짤막한 코멘트와 함께 청사로 향했습니다.
((앵커))
이제 김 전회장의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도 활기를 띌 것으로 보여지는데요.
검찰의 움직임은 어떤가요?
((기자))
검찰은 이번 김우중 전 회장의 귀국에 앞서 아주 일사분란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검찰은 김우중씨 수사를 앞두고 주임검사를 지정하고 대검 연구관 외 2명의 검사를
충원하는 등 수사에 발빠르게 착수하고 있는데요
오늘 새벽에 인천공항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김 전회장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현재 대검찰청 11층 조사실에서 이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4명의 검사는 김 전회장과 관련한 혐의를 구분해 역할을 분담한 뒤 개별 신문을 벌일 계획입니다.
검찰은 김 전회장과 관련해 분식회계 혐의와 대우그룹 해체를 위한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 지 여부를 집중 수사할 예정인 가운데 대우그룹 분식회계 규모가 41조원에 이르는 데다 해외로 도피하는 등 죄질이 무거워 구속 수사한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검찰에서는 일단 구속 수사방침을 세운 상태인데요.
검찰이나 법조계에서 말하는 김 전회장의 혐의 내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시죠.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5년8개월만에 귀국한 뒤 검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지만 대법원은 올 4월 29일 이미 김 전 회장의 혐의에 대해 사실상 유죄 선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법원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외환유출 혐의 등으로 전직 대우그룹 경영진 21명이 기소된 사건에서 김 전 회장을 모든 혐의에 대해 '공모' 내지 '지시'한 공범으로서 사실관계를 확정했기 때문인데요.
대법원은 지난 4월에 선고한 판결문에서 41조원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 "피고인들이 김우중 등과 공모해 ㈜대우, 대우자동차의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범죄사실을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옳다"며 김 전 회장을 공범으로 적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들이 김우중 등과 공모해 BFC에 송금한 금액중 2∼3일 내로 국내에 재반입하지 않은 부분 등에 대해 원심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위법이 없다"며 국외재산도피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회장이 공범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쉽게 말해 이미 기소된 전직 대우그룹 경영진들의 검찰과 법정 진술, 검찰이 제시한 각종 증거자료에 비춰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한 대부분 혐의에서 공범이었음이 인정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속단하긴 어렵지만 김 전 회장은 전직 대우그룹 경영진 중 가장 중한 형인 징역 5년의 형을 선고받은 강병호 전 대우 사장보다는 무거운 형을 선고받고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도 물어야한다는 관측이 법조 주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전직 대우그룹 경영진을 기소할 당시 김 전 회장이 해외체류 중이어서 김 전 회장의 진술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전 회장이 어떤 진술을 내놓느냐에 따라 혐의 인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일부 반론도 나오고 있어서 김 전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세간의 미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김 전회장과 관련된 검찰 수사일정은 어떻게 전개가 되는 건가요?
((기자))
대검 중수부는 김 전회장을 공항에서 검찰로 연행해 조사중인데요.
검찰은 김 전회장을 상대로 41조원 분식회계 지시는 물론 9조 2천억원대의 사기대출
, 200억 달러..현재 환율로 하면 약 20조원에 이르는 외환 유출 등의 혐의를 확인한 뒤 사법처리하겠다고 천명한 상태입니다.
박영수 중수부장은 김 전 회장의 건강 상태나 공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일각의 여론도 알고 있지만 일단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고 구속수사 원칙을 재확인한바 있는데요.
검찰은 체포영장 집행 후 48시간 이내인 유효기간을 고려해 오늘 밤 쯤 김 전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영장이 발부되면 20일 가량의 수사를 거쳐 다음달 5일 쯤 구속기소할 예정입니다.
검찰은 분식회계와 사기대출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4월말 대법원이 옛 대우그룹 임원들에 대해 유죄확정 판결을 내린 만큼, 혐의 입증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구요.
외화유출 혐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해외투자였다고 주장하는 김 전회장 변호인측과 치열한 법정다툼이 예상되고 있는데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이미 시작이 된만큼 오랫동안 수면아래 잠겨있던 '대우사태'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전망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성진 기자, 오늘 김 회장의 귀국하면서 공과에 대한 논란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죠?
((기자))
네, 우선 경제인들은 김우중 전 회장의 '공'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는 입장표명을 자제하면서도 한국경제에 있어 그의 공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전직 대우인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 모임도 그의 공적을 다시 평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박태웅 전 대우차 부사장 인터뷰 들어보시죠.
인터뷰) (박태웅 / 전 대우차 부사장)
"김 전회장이나 대우 경영진이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것은 무리다. 이런 것에 대해서 잘 밝혀졌으면 한다."
반면, 새벽 공항에 나온 옛 대우계열사 소액주주 등은 김 전 회장에 대해 책임지는 행동을 보일 것을 촉구했고 참여연대는 김 전 회장의 진실고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히는 등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일반 시민들은 반응도 엇갈렸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김상태 / 시민)
"잘못이 있으면 제대로 평가를 받아야한다. 남의 돈으로 사기친 사람인데 그냥 풀어줘야 되겠느냐?"
(박상임 / 시민)
"별로 좋지 않아요.. 벌을 받아야죠."
(이철근 / 시민)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당시 안그랬던 기업인이 있었느냐. 또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점도 충분히 인정돼야 한다."
(고종현 / 시민)
"경제에 기여한 점을 인정해 줘야한다. 다른경제인 처럼 들어갔다 다시 풀리는 수준에서 결정됐으면 좋겠다."
결국 5년 8개월만에 초췌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김 전 회장에 공과 과에 대한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단죄냐 용서냐는 국민들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조성진기자 sc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