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 EU 타협안 따라야".. 섬유분쟁서 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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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섬유제품에 수입쿼터를 부과하고 있는 미국에 역공을 가하고 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 합의한 섬유분쟁 타협안을 미국이 따라야 한다는 메시지를 고위 당국자 발언과 신화통신을 비롯한 관영언론 보도 등을 통해 계속 내보내는 한편 미국산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잇따라 취하는 등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미국산 골판지에 잠정 반덤핑 관세부과 판정을 내린 데 이어 14일 미국산 내마모성 종이에 대해서도 반덤핑조사에 착수,미국 압력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우이 중국 부총리는 지난 13일 홍콩에서 열린 태평양 지역경제협의회에서 EU와의 타협안을 상기시키며 "미국의 중국산 섬유수입제한은 중국 기업의 권리와 이익을 크게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EU와의 협상은 무역마찰이 생기더라도 동등하고 상호존중에 근거한 협상을 통해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U와 중국은 지난주 중국산 섬유 10종에 대해 2007년까지 연간 8~12.5% 수준으로 대(對) EU 수출 증가율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타협안에 서명했다.
EU도 중국을 거드는 양상이다. 피터 만델슨 EU 통상 집행위원은 중국과의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은 일단 행동부터 취하고 그 이후에 대화를 한다"면서 "미국은 보다 타협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EU가 벌이고 있는 보잉사와 에어버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분쟁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무역기구(WTO)의 수파차이 파닛차팍 사무총장 역시 13일 태평양지역경제협의회에서 "섬유쿼터제 폐기가 결국은 세계무역에 도움이 된다"며 "일부 국가들은 입장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해 중국 편에 섰다.
수파차이 총장은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갈등이 심각하지 않아 다자간 무역협상인 도하 라운드에 어떤 부작용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EU와 중국 간 타협안을 연구하면서 중국과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오는 7월11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양국 간 연례 무역공동위원회를 섬유협상과 별개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했다"며 "이르면 이달 중에라도 2차 공식 섬유협상을 통해 섬유분쟁의 타협안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