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어제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5년8개월 만에 돌아와 곧바로 검찰 수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은 무척 초췌해 보였다. 70,80년대 전세계를 내집처럼 돌아다니며 자신감에 넘친 '세계경영'을 하던 그를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경위야 어떻든 이제 김 회장에 대한 수사과정과 사법처리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그의 한마디한마디가 정가와 경제계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김 회장이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다"는 말처럼 그동안 쌓여왔던 의혹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불필요한 오해와 혼란을 최소화하고, 또 '대우사태'에 대해서도 진정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본다. 앞으로 김 회장이 혐의를 받고 있는 분식(粉飾)회계와 불법대출, 그리고 해외자금도피 등에 대한 치열한 법리공방이 있겠지만 김 회장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대우사태의 충격으로 인해 한국경제가 커다란 상처를 받았고, 또 그 상처를 치유하는데 무려 28조원이란 국민 혈세(공적자금)가 투입됐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죄과는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당시 우리 사회의 관행을 어느정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경제계의 견해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우그룹의 분식회계가 잘못된 행위임에는 틀림없으나 당시 분식회계는 어느 특정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탓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과거 분식회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처분을 내리고 있는 것도 과거의 잘못된 행위는 어느정도 용인해주되 앞으로는 더욱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그의 공과(功過)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김 회장의 사법처리가 아니라 제2의 대우사태를 막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회장의 귀국과 그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삼아 대우그룹의 흥망(興亡) 과정을 냉정하고 면밀하게 분석, 다시는 대우사태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대우책임론과는 별도로 당시 정치권 정부 금융회사들은 과연 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