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간 통상현안을 점검하는 2분기 정례회의가 16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여부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개최되지만 최근 미국에서 광우병(BSE)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소가 추가로 발견돼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측은 쇠고기 수입 재개와 함께 스크린쿼터(국내 극장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 축소,통신시장 개방 등을 협의 의제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들 현안에 대한 조율이 별로 진척되지 않아 큰 협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쇠고기·스크린쿼터가 최대 쟁점 미국측은 쇠고기 수입 재개를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주한 미 대사관 관계자는 "미국산 소 37만5000마리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감염된 소가 발견되지 않은 만큼 조기에 수입을 재개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소는 국제기구에서도 안전하다고 평가한 30개월 미만의 소가 될 것이며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부위는 수출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측은 최근 미국 내 조사 결과,BSE 양성반응을 보인 소가 발견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검토한 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미국측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 온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도 강력히 주장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내에서 스크린쿼터 조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당장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통신 개방,자동차 세제개편도 요구 미국측은 이와 함께 SK텔레콤 등 통신회사 지분 제한(49%)을 문제삼고 있다. 통신회사 지분 한도를 51%까지 높여 경영권 장악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다. 미국은 양자협상에서 안 되면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협상으로 끌고 간다는 입장이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을 당장 개방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어서 특별한 진척은 기대하기 힘들다. 자동차 세제 문제도 오래 묵은 쟁점이다. 미국은 배기량이 큰 자동차를 주로 생산해 한국에 수출하고 있지만 배기량 기준으로 매겨지는 세금 때문에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작은 유럽 일본산 자동차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에 따라 세금 부과 방식을 자동차 가격 기준으로 변경해 달라고 몇 년 전부터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수 감소 가능성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측은 국내에서 의약품 인증 등의 절차가 투명해져 미국 제약업체들의 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 대해 "3개월마다 열리는 점검회의인 만큼 현안에 대한 합의나 진전보다는 이슈를 관리하는 수준의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