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지려고 돌아갑니다." 14일 새벽 1시30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노이바이국제공항을 떠나 인천으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기 안에서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이렇게 귀국 배경을 설명했다. 분홍색 넥타이로 받친 감색 양복 차림은 나름대로 깔끔하고 젊은 취향이었지만 오랜 도피생활에 지친 피로와 완연한 병색을 감출 수는 없었다. 김 회장은 이날 기내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대우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는 얘기였다. 기자들에게도 "먼 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아주 좋지 않다"며 "지난 5년 동안 계속 아프고 병이 생겼다"고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실제 그는 이날 항공기 트랩을 오르면서 수행원과 승무원들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 김 회장은 사진을 찍는 데도 질색을 했다. 기자들이 셔터를 계속 눌러대자 "이제 그만하라"고 제지하기도 했다. 귀국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몸이 아팠고 대우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석진강 변호사가 지난 2일 "김 회장은 대우사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면 이를 수용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인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김 회장은 비슷한 질문들이 계속 이어지자 "몸이 좋지 않으니 그만하자"며 취재진을 돌려세웠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