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주도해 설립한 일본판 '이튼 스쿨'이 내년 초 개교를 앞두고 화제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국제감각과 창조성을 갖춘 차세대 리더 양성이란 건학 이념에 대한 일본 학부모들의 호응이 폭발적이라는 소식이다. 특히 일본의 간판 대기업들이 국가 지도자 양성을 목표로 일본에선 처음으로 세계적인 명문 사학을 직접 설립,운영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평준화(平準化) 교육으로는 일본의 미래가 없다는 국민적 자각이 이 학교 설립 배경이 됐다는 점이다. 우리도 고질적인 고육평준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시스템에서 한발 앞서 가고 있는 일본에 비해 우리의 경쟁력이 갈수록 뒤처지는 게 아닌지 조바심마저 들 정도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자립형 사립학교를 비롯 특수목적고 등 우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일부 교육기관들이 운영되고 있으며,영재 교육의 성과를 나름대로 거둬왔다. 그러나 등록금 상한제 등 각종 규제에다 획일적인 교육 평준화정책 등으로 인해 특수교육 기관들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했음은 물론 교육 수요자들의 다양한 욕구조차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시행 후 지난 30년간 누적돼 온 병폐는 이제 국가 존망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살인적인 입시지옥에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교육비를 들이면서도 창의적인 인재 양성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상이다. 이러다 보니 많은 국민들은 자녀를 조기에 유학을 보내고 있는가 하면,기러기 아빠 신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아예 이민을 떠나버리는 사례도 수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의 황폐화만을 초래한 우리의 고교 평준화 정책은 이제 대수술이 불가피하다. 교육의 다양성과 차별성 등 사회적 수요에 맞춰 기존의 평준화 교육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지 않고는 문제를 풀 수 없는 형국(形局)이다. 교육시장에도 실력과 경쟁 위주의 시장 논리가 도입돼야 한다.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의 경우 다양하면서도 차별화 된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이 곧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본판 이튼 스쿨 설립 사례는 우리의 교육개혁 과정에서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