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사람들은 다 안다. 부부싸움의 대부분이 사소한 일을 발단으로 벌어진다는 사실을. 어떤 경우라도 원인을 제공한 쪽에서 잘못을 빨리 인정하고 "미안하다,다신 안 그러겠다"고 하면 풀어질 걸 자꾸 변명을 하거나 별것 아닌데 예민하게 군다는 식으로 둘러대다 보면 문제가 커지는 것이다. 소비자 불평도 마찬가지다. 못마땅하고 속상해도 기업이나 판매자 쪽에서 즉각 "죄송하게 됐다. 시정하겠다"고 하면 웬만큼 참고 지나친다. 사태가 악화되는 건 "그 일은 원래 그렇다, 남들은 아무 말 안 한다"는 식으로 우기거나 발뺌하면서 이의 제기자를 불평분자로 모는 탓인 수가 많다. 팔 때는 "발이 정말 예쁘다" "진짜 날씬하다"고 해놓곤 정작 발이 불편하거나 옷이 안 맞아 수선이나 교환을 부탁할라치면 "발 모양이 좀 이상한 것 같다" "어깨살이 좀 많다" 따위로 나오는 식이다. 물론 개중엔 유독 까다롭게 굴거나 괜스레 트집을 잡아 업체나 업소를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쨌거나 전같으면 현장에서 크게 소리치거나 혼자 씩씩대는 정도로 넘어갔겠지만 요즘엔 다르다. e메일을 통해 항의하고 그래도 안 되면 인터넷에 올려 동조 세력을 만들어낸다. 인터넷에 게재되고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지면 내용의 사실 여부에 상관없이 해당 기업이나 업소는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온라인 콘텐츠는 특성상 자동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데다 불특정 다수 네티즌들의 행동 또한 통제할 길 없다. 따라서 일단 온라인 상에서 불거진 문제를 바로잡기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노성태)이 내놓은 '소비자의 온라인 불평 관리'(이영렬)라는 보고서가 여러 가지로 주목을 끄는 건 이런 까닭이다. 요지인즉 불평 관리는 고객 사랑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인 만큼 잘잘못을 따지거나 발뺌하지 말고, 책임을 시인하고, 자사나 물품을 설명할 기회를 만들고, 평소 오프라인 상의 서비스 수준을 높이라는 것 등이다. 인터넷은 위기의 '방아쇠'인 동시에 위기 관리를 위한 '무기'라는 얘기다. 기업뿐이랴. 어디서건 최고의 불만 대처법은 어떤 얘기라도 정성껏 들어주고 잘못을 바로잡는 일일 것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