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 고려대교수 ·경제학 > 노무현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만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다. 강남 아파트 값은 취임 초보다 30% 이상 상승했고 전국의 공시지가는 최근 53%나 올랐다.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에 따라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왜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올라가는 것일까? 그 이유는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대부분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이해하고 이에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두더지 잡기' 게임 식으로 한 쪽이 튀어오르면 그 쪽을 누르는 데 급급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권 한 쪽이 투기 대책을 발표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개발 계획을 터뜨리는 일관되지 않은 모습들도 부동산 가격폭등에 일조했던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구태의연한 세금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일관되지 못한 부동산 정책은 안 된다. 부동산 버블이 더 커져 우리 경제에 장기적 충격으로 다가오기 전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전면적 궤도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 어떤 식으로 부동산 정책을 바꾸어야 하는가? 결론은 수요 억제에서 공급 증가로 정책의 초점이 바뀌어야 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꺾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남 아파트를 예로 들어 보자. 현재까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와 거래세를 늘려 수요를 억제하고 재건축을 규제하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강남이 지닌 주거지로서의 매력 때문에 강남 아파트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 입시제도하에서 양질의 공교육과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강남 만한 데가 없다. 여기에다 강남 불패를 믿는 투기세력까지 붙으니 세금이 좀 더 늘어난다고 수요가 억제될 리 있겠는가? 또한 규제를 통하여 재건축을 어렵게 할수록 강남 아파트의 공급은 줄어든다. 면적 기준 소형평수 의무비율 규제는 중·대형 아파트 공급을 더욱 줄일 것이다. 정말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정책이다. 강남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아파트가 중·대형 평형인데 이를 줄이는 것은 중·대형 아파트의 희소성을 더욱 높여 가격 폭등을 유도하는 것이다. 여러 보석 중 다이아몬드가 가장 비싼 이유는 간단하다. 가장 '희소'하기 때문이다. 결혼 예물 등의 수요가 많은데 다이아몬드에 보유세와 거래세를 중과한다고 다이아몬드 가격이 내려갈까? 소득 증가에 기인한 대형 다이아몬드 수요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 가공시 1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는 원석당 한 개 이상 가공할 수 없다는 규제를 만든다면 다이아몬드 가격이 내려갈까? 대답은 '결코 아니오'이다. 시장 수요에 반하는 대형 다이아몬드 공급에 대한 규제는 1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 가격을 폭등시킬 것이다. 똑같은 이야기가 강남 아파트 시장에 적용될 수 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의 안정을 위해서는 부동산 정책의 초점이 수요 억제가 아닌 공급 확대에 맞추어져야 한다. 특히 가격선도 기능을 해 온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공급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강남 지역의 유일한 새 아파트 공급 통로인 재건축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홍콩이나 뉴욕 맨해튼처럼 용적률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또한 대형 평수도 많이 짓도록 장려해야 한다. 물론 주거 환경이 좀 나빠질 수는 있겠지만 이는 부차적인 문제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 완화는 기존 아파트 주인에게는 엄청난 '특혜'인 만큼 적절한 이익 이외의 개발 이익은 환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용적률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개발 이익은 100% 환수하여 이를 공공주택 건립자금 등으로 돌려야 할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확대하는 시장친화적 부동산 정책,그리고 큰 그림하에서 일관되게 추진되는 부동산 정책만이 성공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