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자수해 조사받고 있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13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41조원의 분식회계와 200억달러에 달하는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데다 대우그룹 구명을 위해 정·관계에 전방위 로비를 펼쳤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6시50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김 회장은 사진 촬영에 잠깐 응한 뒤 11층 조사실로 직행했다. 김 회장은 이 곳에서 분식회계 재산해외도피 등 각종 혐의에 대해 집중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회장의 건강을 감안,이날 오전 11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사를 이날 밤 10시께 일단 끝냈다고 밝혔다. 11층 조사실 중 1113호는 크기가 20여평으로 가장 넓어 일명 'VIP 룸'으로 일컬어진다. 책상과 간이 침대가 마련돼 있으며 참고인이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화장실은 조사실 밖에 별도로 있다. 조사실 바로 옆방에는 김 회장의 변호를 맡은 김&장 법률사무소 조준형 변호사가 대기,참고인 자격으로 언제든지 조사에 입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검 왼편 끝에 있는 이 방은 과거엔 특별조사실로 불렸다. 재계와 악연이 깊은 곳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최종현 SK 회장, 정주영 현대 회장,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등이 모두 여기서 조사받았다. 공교롭게도 김 회장을 옆에서 지키고 있는 조 변호사는 정몽헌 회장이 대검에서 조사받았을 때도 옆방에 대기해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이 곳에서 비자금 수사를 받았다. 지난 대통령 선거자금 수사 과정 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참고인 자격으로 이 방에서 여덟시간 넘게 참고인 진술을 했다. 한편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해 이르면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포기하면 김 회장은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다. 이후 그는 승용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대검으로 '출퇴근'하면서 조사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구치소 내 그의 거처는 병사(病舍)에 있는 한 평 남짓한 독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김 회장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인도적 차원에서 의무과가 인접해 있는 방을 배정했다. 김 회장은 14일 아침(북어국)과 점심(된장찌개)은 물론 저녁(백반)까지 거의 먹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측은 김 회장의 건강 상태에 따라 병보석 신청까지 고려하고 있다. 김현예·유승호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