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문제 이렇게 풀자] (下) 임대주택도 시장눈높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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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등 공공택지에 들어서는 임대주택을 랜드마크(지역대표 아파트)로 짓자는 것은 무엇보다 일반인들 사이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임대주택 기피현상을 단기간에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의 주거복지를 높이려는 정부의 정책기조를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저소득층 위주의 임대주택과 중산층용 임대주택으로 정책을 이원화하라는 주문이다.
○임대정책 이원화 왜 필요한가
임대주택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도 살 만한 곳'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먼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산층도 스스로 임대주택을 분양받아 거주토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신도시 등에 최고 품질의 랜드마크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면 이런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예컨대 판교에 40평형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치자.입주시에는 지금처럼 무주택요건,연령제한,소득수준 등 자격을 까다롭게 심사한다.
다만 입주 후에는 저축 등으로 자금여력이 생겨 입주자가 해당주택을 매입하기 원하면 언제든지 분양전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입주자격을 얻기 위해 유주택자 가운데 상당수는 기존 주택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매물 증가로 이어져 집값 상승 압력도 줄일 수 있다.
중산층의 경우 대부분 미래수요까지 감안해 집을 마련한다는 특성과 아직도 소유욕구가 강하다는 점을 임대주택 활성화에 연결시키자는 역(逆)발상 전략이다.
○임대주택 이름부터 바꿔라
랜드마크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아예 임대주택이라는 이름 자체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이름에 시공사 이름을 붙여 현대홈타운,삼성래미안,GS자이,대림e-편한세상 등으로 부르자는 얘기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임대주택에 대한 열등의식을 줄일 수 있다.
평형이나 입주자격도 시장에 맞출 필요가 있다.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도 초기에는 임대주택의 규모·평형·품질·환경을 민간주택의 평균치 이상으로 고급화하고 모든 계층에 입주를 허용,임대주택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이 과정을 거친 뒤 중장기적으로는 저소득층 위주로 임대주택 지원대상을 단계적으로 좁혔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임대단지에 장기임대 지어라
지난 2002년 이후 그린벨트를 해제해 지정한 국민임대주택단지는 전국적으로 1418만9000평(42곳)이다.
이곳에는 26만4800여가구의 주택이 들어선다.
수도권에만 953만평(28곳)에 17만7548가구가 공급된다.
면적은 판교신도시(281만평)의 3배,가구수는 6배를 넘는 규모다.
주목할 것은 입지여건이 대부분 '판교급'이라는 사실이다.
성남 도촌지구는 분당 바로 옆에 있고,고양 삼송·행신2지구는 일산보다 서울과 훨씬 가깝다.
의왕 청계·포일2,안양 관양지구 등은 과천·평촌 바로 옆이다.
그런데 이들 단지에는 소형 국민임대주택이 50% 이상 들어선다.
나머지는 일반분양 아파트다.
10년짜리 공공임대는 애초부터 빠져 있다.
이러다 보니 과연 분양에 성공할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수요자가 많다.
역시 임대주택 기피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임대와 장기임대,일반분양 주택의 비율을 30%씩으로 배분하면 이른바 '소셜믹스'(계층통합)를 달성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무주택 중산층을 장기임대로 끌어들여 주택수요를 분산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입지여건상 수요는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용적률이나 층고제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주면 환경훼손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기존 아파트 통째로 매입해라
정부가 지난 4월 말 내놓은 임대주택정책 개편방안을 보면 2015년까지 도심권 다가구주택을 모두 5만가구 매입해 국민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놓고 정부 안에서도 관리가 어렵다는 주장과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맞서 있다.
하지만 도심권에 있는 기존 아파트를 통째로 매입해 임대하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다.
정부의 재정부담이 있긴 하지만 은행금고에서 잠자는 5조원 이상의 국민주택기금이나 2조원이 넘는 대한주택보증의 여윳돈 등을 활용하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2조원이면 2억원짜리 아파트 1만가구를 매입할 수 있다.
돈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