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급등이 채권시장마저 뒤흔들어 놓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주춤한 가운데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은행의 콜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은 사라졌고,오히려 언제쯤 인상이 검토될 것인지로 관찰 포인트가 바뀌면서 채권수익률(금리)이 연일 뜀박질하고 있다. 여기에 이달 말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과 국내 주가 상승,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 등 금리를 밀어올릴 요인들만 쌓여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들은 국채선물을 앞다퉈 매도,채권수익률 급등(채권값 하락)을 촉발시켰고,국내 기관들은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고 있다. ○외국인 국채선물 집중 매도 이번 주 들어 외국인들은 국채선물을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13일 1만4000계약,15일 8000계약 정도를 순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외국인들의 국채선물 보유 추정분 6만계약의 3분의 1을 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채선물 1계약은 100억원어치이므로 이틀간 매도금액이 2조원대에 이르는 셈이다. 국채선물 거래는 당장 대금을 지급하지는 않지만 현물거래와 연계돼 채권 금리에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외국인들이 이렇게 대규모 선물 매도공세에 나서자 주초 채권 순매수를 유지했던 국내 은행들도 관망 또는 매도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지난 13일 0.12%포인트,15일에는 0.10%포인트씩 각각 급등해 지난 3일 연 3.61%에서 불과 7거래일 만에 연 3.89%로 뛰었다. ○부동산 급등,채권시장 불똥 외국인들은 국내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수출 증가세도 둔화됨에 따라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그동안 국채선물을 매수해왔다. 하지만 박승 한은 총재가 지난 13일 국회 재경위 업무보고에서 "최근 부동산 과열은 저금리의 영향도 있다"며 부동산 문제가 악화될 경우 금리인상을 고려하고 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추가 금리인하 기대를 사실상 접게 됐다는 것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채권분석팀장은 "외국인들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추가 콜금리 인하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해 국채선물을 대거 매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동산값 급등→콜금리 인하기대 실종→외국인 국채선물 매도→채권 수익률 급등'이 연출된 것이다. ○금리 상승요인만 산적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지난주 금리인상 시사 발언으로 미국 국채 수익률이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시장의 물량을 털어낸 요인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게 돼 국내 원화자산(국내 채권)의 상대적 가치가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증시의 호조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회기 중 추가로 짜는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발행할 수밖에 없는 국채 물량부담 등도 크지 않지만 최근 금리 급등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는 전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 나타난 채권값 급락(금리 급등)은 현물거래나 펀더멘털의 변화가 아닌 외국인 선물매도에 따른 과매도로 보고 조만간 채권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증권은 연 3.75∼3.8% 선에서 안정을 찾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