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초반 국제질서의 최대 화두는 지난 100년간 세계를 주도했던 미국의 힘이 점차 상실되면서 대안으로 유럽이 부상한다는 '유러피언 드림(European Dream)'의 시대가 도래할지 여부였다. 2002년 유로화 출범 이후 유로화는 2년간 달러화에 비해 강세를 지속해 왔다. 그렇지만 프랑스의 유럽연합헌법 국민투표가 부결되고(한경 5월31일자 국제면),이탈리아가 유로통화연맹(EMU)에서 탈퇴해 다시 리라화를 도입할 수도 있다는 보도로(한경 6월8일자 국제면) 유로화와 세계경제에 대한 시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2000년 초반 '신경제(New Economy)' 거품이 붕괴되면서 전세계 투자가들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미국 경제의 쌍둥이 적자 때문에 장기적으로 달러화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것과 전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저금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은 달러 대신 유로화 투자비중을 늘리면서 많은 국가들도 달러화 편중을 시정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유로화의 비중을 높였다. ◆유로화 약세의 후폭풍 그러나 6월 초에 나타난 유럽 통합의 지연 뉴스는 다시 유로화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2002년 화폐 통합 이후 빠르게 진행되던 유럽 통합은 다소 지연될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국제 투자자금은 최근 2년간 유지되던 유로화 강세의 환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를 반영하듯 달러 대비 유로화는 빠르게 하락했고,유럽의 뮤추얼 펀드 시장에서 투자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이런 유로화 약세는 한국 경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환율이 문제인데,안전통화로서 달러 수요를 증대시켜 달러 강세를 유발시킬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물가와 금리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문제의 핵심인 무역수지 적자는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 즉,달러 강세로 수입물가가 하락하면 다시 수입이 늘어날 수 있고,미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한 통상압력을 강화해나갈 것이 불가피한 수순으로 보인다. 한편 유럽 헌법 거부와 이탈리아의 유로화 탈퇴 논쟁은 현재 유로경기가 매우 어렵다는 증거이기 때문에,하반기로 예상하고 있는 세계 경기의 상승 전환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유로화 문제가 나의 문제? 만일 이런 상황이 가시화된다면 한국의 수출 증가는 더뎌지고,주가의 상승전환 시기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적극적 내수부양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유로화 약세가 유발한 혼란이 수출경기를 압박한다면 내수경기 부양만이 유일한 경제정책 수단이 될 수 있고,특히 건설경기는 경기 파급 속도가 매우 빠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은 소비심리도 자극시킬 수 있기 때문에 '자산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킨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물론 공급부족과 저금리라는 기본적 상황이 가장 중요하지만,경제논리로는 유로화 약세의 영향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화된 환경에서 모든 자산가격의 변동은 서로 높은 상호 의존성을 보인다. 유로화의 안정이나 이탈리아의 재정위기가 한국의 부동산 가격,주가와 내수에도 영향을 주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래서 국제 뉴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skhong@beste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