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기업(going concern)'이라는 용어가 있다. 회계원칙이나 경영학에서 쓰는 이 개념은 기본적으로 기업은 투자원금을 단번에 회수하는 일회적인 조직이 아니라 계속해서 존재할 것을 가정하거나 혹은 목표로 하는 생명을 가진 조직체라는 의미다. 기업이 오랫동안 생명력을 가지려면 단기적으로 '돈을 많이 버는 데'에만 매달릴 수 없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의 근로자들을 착취하거나 공해를 내뿜고,분식회계로 투자자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기업이라면 과연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 기업은 근로자를 가족처럼 여기고 주주와 고객의 만족을 추구하며 동시에 환경친화적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조직이라야 '좋은 기업'이다. 즉 기업에 '사회적 책임(SR·Social Responsibility)'이 요구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미 세계 각국은 SR를 표준화해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하고 있다. SR운동은 영국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본격화한 것은 미국에서부터.2001년 세계적인 에너지그룹 엔론의 회계부정 스캔들이 터지면서 SR는 본격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GE HP 등 굴지의 다국적기업들도 SR를 염두에 둔 경영활동에 큰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현재 미국에선 SR가 기업의 가치평가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경 중소기업연구소는 국내에서도 SR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범사회적인 실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여러 정부기관 및 기업체와 손잡고 'SR표준화포럼'을 결성했다. 정부 산업계 금융계 대학 등에서 102개 기관이 참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SR운동은 기업에 부담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대신 환경과 이웃을 생각하는 기업을 가려내고 국민과 소비자들이 그런 기업을 아끼고 사랑해 그 기업이 오랫동안 존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