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1999년 10월 갑자기 출국하게 된 배경을 놓고 다시 논란이 가열될 조짐이다. "김 회장이 채권단과 대우 임직원들의 권유를 받아들여 출국했다고 진술했다"는 검찰의 조사 내용이 발표되자 대우사태 당시 핵심계열사 사장을 지낸 한 인사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2003년 1월 미국의 경제잡지 포천에 실린 김 회장의 인터뷰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포천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잠시 나가 있으면 대우부실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고 후일 (대우자동차) 경영권을 보장해주겠다'고 해서 출국했다"는 김 회장의 발언을 인용 보도했다. 이 보도는 채권단이 아니라 정부당국이 대우그룹 해체를 주도했고 김 회장은 처음부터 지켜지지 않을 약속에 속아 출국했다는 것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었다. 당시 국정홍보처는 포천지 편집장에게 정정보도를 요청했으나 포천지는 정확하게 김 회장의 발언을 인용했다며 정정을 거절했다. 물론 이 관계자의 발언은 김 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한 포천지의 보도 내용과는 달리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는 내용이어서 다소 차이가 있긴 하다. 그는 "청와대 인사 외에 당시 대우자동차의 주채권은행 총재도 옆에서 (출국 권유를) 거들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권력 실세가 김 회장에게 출국을 권유했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김 회장이 출국하던 시기에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중권씨,경제수석은 이기호 전 노동부 장관이었으며 박지원씨는 문화관광부 장관이었다. 이 관계자는 "김 회장이 채권단의 권유로 나갔다면 이는 책임을 피하기 위해 도망갔다는 얘기밖에 더 되느냐"며 "김 회장이 처벌을 두려워해 도피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로잡으려면 사실 관계를 제대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김 회장의 평소 성향을 감안할 때 채권단이나 그룹 임원들의 말을 듣고 나갔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권력층으로부터 모종의 약속을 받아내고 출국한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이익원·조일훈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