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 회장은 검찰에서 분식회계 지시 등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외화를 숨긴 적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회장에 대한 형사처벌의 수위를 결정할 분식회계나 재산해외도피 규모와 관련,검찰측도 중복계상됐거나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3대 혐의 사실이 영장의 요지=구속영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1997∼1998년 2개년간 ㈜대우 대우자동차 대우전자 대우중공업 등 계열사의 차입금 누락이나 가공채권 조작 등의 수법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41조원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다. 또 1997∼1998년 허위 재무제표를 제시해 재무구조와 경영상태가 우량한 것처럼 속여 신용대출이나 무보증 회사채 발행 등의 방법으로 금융회사에서 10조원가량을 불법 대출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1997∼1999년 해외 금융회사 등의 차입금 상환을 위해 런던 내 비밀금융조직인 BFC를 통해 수출대금 미회수,차입금 누락 등의 수법으로 200억달러의 외화를 적법한 신고 없이 해외로 유출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외재산도피,외국환관리법 위반)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14일 밤에 이어 대검 조사실에서 하룻밤을 더 보냈다. 당초 김 회장측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해 통상대로라면 16일 새벽 영장 발부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전망됐으나 법원은 검토할 수사기록이 너무 방대하다는 이유로 16일 중 발부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김재협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사기록 분량이 수십권에 달해 하룻밤에 이 기록을 다 검토하기는 불가능하다. 내일 오후나 돼야 발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분식규모 놓고 논란=검찰의 한 관계자는 대우의 분식회계 규모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장기업은 1년씩 회계연도 단위로 끊어서 결산하는데 분식 금액을 매년 단순합산하면 전년도에 분식한 금액까지 이중으로 계산돼 분식회계 규모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41조원으로 알려진 대우의 분식회계 규모도 그런 식으로 계산됐을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회장은 기력을 상당 부분 회복했으며 검찰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00억달러 외화도피 부분에 대해 개인유용이 없었다는 항변만 제외하면 세 가지 혐의 사실을 대체로 시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은 앞으로 김 회장을 상대로 정치자금법 위반,독점규제법 위반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벌인 뒤 BFC 자금의 구체적 용처 및 정ㆍ관계 로비의혹,출국 배경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