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결과를 판가름하는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민족주의의 영향력이 오는 2007년 차기 대선에서는 민족주의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교양 프로그램 `TV 책을 말한다'의 고정 패널이자 민족 개념의 허구성을 주창해 온 철학자 탁석산 씨는 16일 여의도연구소 정책토론회 `P-마트' 강연에서 "지난 대선에서 월드컵과 맞물리며 민족주의가 미친 영향력은 최고조에 달했다"면서 "20대도 민족이라는 개념에 열광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민족주의는 전번보다 덜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탁씨는 이어 "선거 패배의 잘못을 분석하고 이것을 뒤쫓아가는 식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면서 "민족주의가 지난 선거의 화두였다고 이것을 뒤늦게 이용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것은 비굴한 모습이며, 놓친 이슈에 집착하기보다 미래를 예측하고 이슈를 선점하는 공세적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탁씨는 "한나라당은 `햇볕정책에 반대는 아니나 주고받는 것은 확실히 해야한다', `한미동맹은 중요하지만 자주외교를 해야한다'는 식의 뜨뜻미지근한 자세를 보이며 모든 이슈의 바깥에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또 서민을 불쌍하게 생각하는데 서민은 그렇게 어렵지도 않고 가난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들이 예측가능한 인생에서 어떤 꿈을 필요로 하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탁씨는 또 "이번 정권은 `다 잘 될 것이다'며 사기처럼 당선됐다"면서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1940년 영국 의회 연설을 인용, "한나라당은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노력을 국민에게 요구하고, 우리가 그를 돕겠다는 진실한 모습을 보여야 집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탁씨는 "남북문제는 민족 문제가 아니라 국가 문제이며, 이에 대해 북한은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지만 남한은 혼란에 빠져 손해를 보고 있다"면서 "유엔에 남북이 다른 국가로 가입된 상황에서, 남한과 북한이 수교하면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문제는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