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만큼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한 곳도 없지만 성공적인 작품이 많은 것은 아니다.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통합이 통합 기업 간의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흔하다. 필립 퍼셀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몰고온 모건스탠리의 내홍도 성공적인 합병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증권 브로커인 딘 위터가 1997년 합쳐 탄생했다. 합병으로 원스톱 금융백화점을 만들려 했다. 딘 위터 출신인 퍼셀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모건스탠리 출신 경영진들을 차례로 거세했다. 그 과정에서 모건스탠리의 전통을 중시하는 원로들로부터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갈등이 계속되자 인재가 줄줄이 빠져나갔다. 게다가 2분기 수익도 1년 전보다 15~20%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퍼셀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그의 퇴진으로 모건스탠리의 진로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신용카드 같은 일부 사업을 매각, 핵심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 것 같다. 합병의 기본 취지는 사라진 셈이다. 모건스탠리가 합병한 다음해인 1998년 씨티그룹이 탄생했다. 상업은행 및 신용카드에 주력해 온 씨티코프와 보험사인 트래블러스가 합쳤다.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됐다. 모건스탠리처럼 금융 슈퍼마켓을 꿈꾼 것이다. 기대했던 시너지(연쇄 상승)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작용이 더 컸다. 씨티그룹은 연초 생명보험 및 연금회사인 트래블러스 라이프 앤드 어뉴이티를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미 작년에 손해보험회사를 처분했기 때문에 7년 만에 보험사와 완전히 작별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로 한국에서도 인수·합병이 붐을 이뤘다. 최근 주춤해졌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금융백화점을 꿈꾸는 듯 증권회사나 투신사를 사들이고 있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할 수 있는 청사진이 없을 경우 씨티그룹이나 모건스탠리 꼴이 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