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족으로 사는데 전혀 불편 없어요." 올해 35세의 노처녀 박희진씨(가명)는 요즈음 '아예 결혼을 접을까'하는 생각이 부쩍 자주 든다고 한다. 주변에 '싱글족 동지'들이 많아지고 있는 데다 먹거리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싱글족을 겨냥한 1인용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혼자 생활하는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해서다. 싱글족들에게 할인점은 음식 천국이다. 겉 봉투만 뜯으면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간편 야채를 비롯해 반쪽짜리 양파,4분의 1 조각의 무와 수박,2조각으로만 포장된 생선 등 혼자 먹기에 딱 알맞은 분량의 먹거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식품업체들도 싱글족 상품 출시에 적극적이다. 파리바게뜨는 식빵 분량을 기존 제품의 3분의 1로 줄인 '매일매일 식빵'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엔 가족용 케이크와 조각 케이크의 중간 사이즈인 '미니 케이크'를 내놨다. 박씨는 "1인분 먹거리는 혼자 먹기에 알맞은 분량으로 값도 싸고 쓰레기도 나오지 않아 좋다"고 말했다. 가전제품의 경우 '개인 가전'이란 의미에서 '개전(個電)'이라는 말까지 생겨나고 있다. 3~4kg 용량의 세탁기,1인용 커피메이커 등이 대표적인 제품이다. 이들 '개전' 제품은 가족용으로만 인식되던 가전제품 시장에서 틈새 상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김인호 현대백화점 유통연구소팀장은 "10년 전 일본의 상황을 닮아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 메이커들의 싱글족 상품출시와 유통업체의 싱글족 마케팅이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