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동산에 민감한 채권시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동산 때문에 금리인상을 논의할 때는 아니다."(재경부) "부동산 과열 때문에 미시적인 처방을 내릴 단계는 아니라고 밝힌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한국은행)
이번주 들어 금리가 급상승(채권값 하락)하며 채권 시장이 크게 동요하자 금융정책 당국자들이 하는 말이다.
부동산 대책과 금리인상을 연결시킬 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표 금리인 3년물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최근 연일 급등하며 연 3.9%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10년물은 이번주 들어서만 0.3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금리 급등은 미국 금리인상론이 제기되면서 10년짜리 미 국채금리가 연 4%대로 뛰어오른 데다 그동안 국내 금리가 지나치게 내렸다는 시장 인식이 겹친 데 직접적인 원인이 있다.
실제 금리 동반 상승을 예상한 외국인들이 대거 국채 선물을 매도하기 시작했고 현물 국채 금리가 덩달아 뛰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국내 시장 참가자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지금 외국인 동향이 아니라 정부 부동산 정책의 향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연히 채권을 사겠다는 의지도 없다.
외국인 매도는 일시적 충격으로 끝나지만 장기 흐름으로 이어질 정부 정책 패턴을 잘못 짚으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총재의 말을 믿으라고 하지만 솔직히 손절매가 또 다른 손절매를 부르는 혼란이 시장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증권사 채권 딜러)
이렇듯 시장은 정부를 의심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 혈안이 된 정부가 금리인상 카드를 들고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솔직한 시각이다.
"채권 딜러들이 부동산 정책 동향에 얼마나 민감한지 아십니까.지금 우리나라에선 세제에 이어 금리도 부동산 정책의 종속 변수가 된 느낌입니다."
한 투신사 채권운용팀장은 "정부가 자칫 부동산도 못 잡고 시장도 망가뜨리는 자충수를 두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16일 재경부가 다시금 '저금리 기조'를 강조하면서 금리 급등세는 일단 멈췄지만 시장 불안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김수언 증권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