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이 국민적 동의를 얻으려면 재정부실이 더 심각한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3대 특수직 연금 개혁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시한폭탄’으로까지 불리는 국민연금 제도의 개혁방안에 대해서는 여야는 물론 전문가들도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국가경영전략연구원 NSI포럼,한국경제신문 공동 주최로 1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적연금 구조개혁 현황과 정책과제’심포지엄에서 민·관 전문가들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현재 국민연금 구조로는 연금제도는 물론 국가 경제까지 파탄날 수 있는 만큼 재정안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제발표자로 나선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경제금융보험학부)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나라에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노후 소득보장 사각지대를 조금도 개선하지 못한다"며 "정부안대로라면 노인 계층의 소득 보장이라는 공적연금의 취지가 훼손될 공산이 큰 데다 2070년 중반께 적립기금이 또다시 고갈 국면을 맞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기초연금제를 도입할 경우 올해에만 8조원 이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있지만 그 비용도 상당폭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초연금제를 도입할 경우 △교통수당 경로연금 등 노인 관련 지출 부담 △연금 보험료 인하분만큼의 국민 부담 등을 줄일 수 있어 실제로 추가되는 재정은 올해 2조1000억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전영준 인천대 교수(경제학)도 현행 국민연금을 조세방식의 기초연금과 개인이 보험료를 내는 소득비례 연금으로 이원화해 기초연금으로 저소득층의 노후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가복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심의관은 "경로연금 등 비용을 일부 줄인다 하더라도 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정은 2006년 10조원,2050년 616조원에 육박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재원을 조달하려고 부가가치세를 올릴 경우 물가 상승,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고 저소득층 부담도 가중된다"며 "소득파악률이 저조한 상황에서 소득세나 법인세를 올릴 경우 성실 납세자와 기업에 부담이 집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형표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개발연구부장은 우선 정부안대로 재정 안정화를 이룬 뒤 시간을 두고 공적연금 틀을 다시 짜자고 제안했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보험료를 15%로 올리고 급여 수준을 50%로 낮추는 정부안을 보험료 12%,급여 수준 40% 정도로 조정하고 저소득층에 대해선 경로연금을 확대하자고 말했다. 반면 김상호 관동대 교수(경영학부)는 국민연금 제도를 유지하되 특수직 연금을 점진적으로 국민연금 제도로 통합하자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민연금 제도의 가장 큰 위협은 국민 불신"이라며 "정부가 공무원연금 등의 재정적자는 모두 떠안으면서 국민연금 재정적자만 국민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로는 결코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국민연금의 보험료와 소득보장 수준은 애초부터 재정 불안이 예고된 기형적 구조"라며 "우리 경제의 실질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제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개인은 물론 기업의 사회보장 부담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 노후 보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도록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