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현대자동차-지멘스 컨소시엄의 현대오토넷 인수가 1차 관문을 통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5일 전체회의에서 현대차 컨소시엄의 현대오토넷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조건은 현대자동차가 다른 전장부품 업체에 대해 차별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과 전장부품 구매 실적을 3년간 보고하게 한 것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다. 공정위는 사실상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예금보험공사와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이 현대오토넷 인수가격에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이다. 사실 둘다 현대오토넷을 팔고 사는데 돈 몇푼을 따질 입장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가 현대오토넷 지분을 인수한 가격은 주당 2천658원, 여기에 조금만 더 얹으면 팔수 있다. 현대차도 고민거리였던 카오디오 부문의 선두인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는데 몇푼 따질 정도의 '통'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주가가 너무 올라버렸다는데 있다. 현대차가 희망하는 현대오토넷 인수가격은 주당 2천9백원 내외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현 주가만 낮다면야 손해보지 않는 예보로서도 수긍할만한 가격이다. 어차피 현대차를 빼고는 현대오토넷을 살만한 기업도 없다. 하지만 지난해말 주당 2천5백원선이던 현대오토넷 주가는 현대차 인수 소식이 들리면서 지속적으로 올라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발표된 16일에는 3천760원에 마감했다. '공사'인 예보가 현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판다는 것은 특혜시비가 일수도 있다. * 현대차 "높은 인수가격은 부담" 현대모비스는 지난 2일 브레이크시스템 관련 부품업체인 카스코를 주당 1만3천950원에 인수했다. 작년말 주가가 6천원대에 머물던 카스코다. 6개월전에 얘기가 됐다면 2배를 넘게 주고 카스코를 산 셈인데, 정작 현대차가 더 중요한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는데 돈 몇푼에 튕기는 것은 따로 그럴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현대차 컨소시엄은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면 이를 본텍과 합병시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아차에 카오디오 등을 납품하는 비상장회사인 본텍은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지분 30%를 보유한 2대주주다. 하지만 역시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지분 30%를 보유해 사실상 정의선 사장이 최대주주로 봐도 무방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컨소시엄이 현대오토넷을 인수한 뒤 본텍과 합병하고 이를 다시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의선 사장이 자연스럽게 받는 것으로 현대차그룹의 상속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현대오토넷을 최대한 싸게 인수해야한다. 그래야 나중에 본텍과 합병할때 정의선 사장의 지분이 최대한 높아지고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에서도 유리해진다. 본텍과 합병할때 어쨌든 현대오토넷 합병가격을 인수가격보다 싸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대놓고 "인수 계약에 걸림돌이 많다. 쉽지 않다"고 '튕기는' 이유다. * "팔고 사고,, 한군데 밖에 없어" 예보나 현대차나 '서로 튕기지만' 그래도 계약은 어쩔수 없다. 예보로선 현대차 말고는 현대오토넷을 팔 곳이 없다. 예전에 군인공제회 등이 현대오토넷 인수를 검토했지만 현대차 납품이 유지된다는 약속이 되지 않는다면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실제 현대오토넷의 매출이 70% 이상 현대차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 맘에 들지 않으면 현대오토넷의 기업가치는 허울이기 쉽다. 현대차로서도 현대오토넷 인수가 필수 과제다. 전장부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카오디오, A/V 시스템 등에서 현대오토넷의 기술력이 절실한 것이다. 현대오토넷이 떨어져 나간뒤 본텍을 믿어봤지만 기술력에서 미덥지 않다. 현재는 현대모비스 연구소에서 카오디오 등의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은 본텍에서 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신차인 NF쏘나타나 그랜저나 다 이같은 구조다. 하지만 여전히 기술력 부족은 '앓는 이'다. 고부가가치인 A/V 시스템이나 차내 네트워크는 모두 현대오토넷으로부터 받고 있다. 더욱이 정의선 사장이 실질적인 최대주주인 본텍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A/V쪽의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현대오토넷이 꼭 필요하다. * "현대오토넷 주가야, 내려라 내려" 예금보험공사나 현대차나 이제는 '튕기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매각 계약이 힘들어질 것이라면서 주가가 폭락한다면 더할나위없이 좋다. 예보로서는 실제 가격보다는 현주가 대비 얼마에 파냐가 중요한 입장이다. 현대차로서도 살만한 곳이 어차피 현대차 뿐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으로 주가가 떨어지도록 관리를 해야하는 우스운 일도 생긴다. 실제 양측은 현대오토넷 측에 주가에 영향을 줄만한 일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창 달아오른 현대오토넷의 주가가 빨리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조금은 잠잠하게.. 오랫동안 기달리면 언젠가 갑자기 본계약 소식이 들려올 것 같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