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금리 역전'은 국내금리보다 해외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경우 국내금리와 비교되는 해외금리는 대개 미국의 금리다. 미국금리가 국내금리보다 높아지는 상황을 '역전'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동안 국내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때 비교의 대상이 되는 금리는 주로 채권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중금리다. 우리나라의 경우 만기 3년짜리 국고채 수익률이 기준금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의 3년짜리 국채수익률과 비교되곤 한다. 이미 5월 중순 이후 우리나라의 금리는 미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금리가 일시적으로 역전된 적은 있었지만 금리 역전이 이렇듯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렇게 금리 역전이 발생한 이유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리 경제가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어 금리를 올려 물가상승과 주택시장 과열을 사전에 막으려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고 가계와 중소기업의 부채 부담이 여전히 높아 당분간 저금리를 유지해야 할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는다면 '금리 역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역전이 지속된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우선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미국 채권을 사면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금리가 낮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의 돈도 점차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게 될 것이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1994년에 금리가 미국보다 낮아진 이후 독일인들의 해외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가 4배나 늘어났다. 1970년대 말에 일찌감치 금리가 미국금리보다 낮아졌던 일본에서도 이후 금리 격차가 커질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금의 규모가 늘어난 경험이 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에는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커진다. 주식,부동산 등 국내 자산가격이 급락하면서 경기 침체나 경우에 따라서는 금융회사 부실 등 금융위기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국내외 금리가 역전됐던 대만에서는 내국인들의 해외 금융자산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수지 역시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됐다. 그 결과 금리가 역전되기 이전 5년에 비해 이후 5년간 주가는 17% 하락했고 대만달러화의 가치는 11%나 하락했다. 현재로서는 내국인들의 해외투자가 완만한 속도로 늘어나는 '낙관적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막상 해외투자를 하려면 금리차뿐만 아니라 향후 환율 변동까지도 고려하게 되는데 현재와 같은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해외투자시 환차손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금이 완만한 속도로 유출되는 정도라면 도리어 과도한 달러화 유입의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에서 지난해 각각 276억달러와 8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각각 50억달러와 52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그 결과 원화 절상 압력이 가중되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많은 수출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금이 급격히 유출되는 '비관적 시나리오'의 발생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상승세를 보이던 시중금리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안정세로 돌아섰고 주식시장도 3월 중순 이후 탄력을 잃고 있다. 부동산시장 역시 정부의 정책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고수익 투자처를 좇아 빠르게 이동하는 국내의 단기자금이 해외 고수익 투자처로 이동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헤지펀드와 같은 단기 해외 투자자금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GM,포드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손실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철수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해외투자가 확대되더라도 우리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그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금의 해외유출 속도가 시장 기능에 의해 스스로 조절되도록 국내의 고수익 장기자금 운용처를 늘려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자본의 이동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해외 금융상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관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국내외 금리 역전이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choym@lge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