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신기술'이다. 그러나 신기술은 과거처럼 선진국이 이미 시장성 검증을 마친 상품을 우리가 향상된 기술로 다시 만든다는 상황에서나 가능할 뿐,지금처럼 개발할 신상품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막연한 주장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신기술이라는 키워드에 '신상품'이라는 키워드를 첨가해야 한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간 '신상품의 경제학'(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이같이 주장한다.


그가 말하는 신상품은 부품이나 기계 등의 생산재보다 최종 소비가 가계에서 이뤄지는 일반재 신상품을 뜻한다. 미래 상품으로 꼽히는 로봇의 경우 공장의 자동조립 로봇이 아니라 가정용 로봇이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한다. 유비쿼터스도 군대가 먼저 사용하겠지만 기업들이 목표로 삼는 것은 일반인을 위한 유비쿼터스다. 이젠 최종 소비자가 신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상품이 신경제를 만든다'는 논리 위에 '이젠 히트 상품이 아니라 메가 상품을 만들라'고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힘 있게 다가온다. 메가 상품이란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신상품,즉 그것 하나로 거대한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정도로 파워를 갖는 상품을 의미한다.


지난 100년간의 메가 상품은 전구 자동차 냉장고 라디오 비행기 합성섬유 컴퓨터 휴대전화 등 여덟 가지로 꼽힌다. 실제 미국이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를 잡은 것도 전구와 자동차 등 일반재 신상품에서 고지를 선점했기 때문이고 일본도 가전산업에서 주도권을 쥐었기 때문에 경제대국이 됐다.


그는 항공 분야의 보잉,소프트웨어의 MS,반도체의 인텔처럼 '메가 상품'을 만든 주역들은 시장점유율 1위와 장수 기업이라는 두 가지 명예를 다 안게 되고 글로벌 기업으로 지구촌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저자는 정보기술 분야의 경쟁력과 첨단 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한국인의 소비문화에서 해답을 찾는다. 대표적인 성공 신화가 바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다. 이는 어떤 스타 외교관이나 글로벌 광고보다 더 강한 인상을 세계인에게 심어줬다. 이동통신 교환기와 단말기 제조를 넘어 콘텐츠 산업과 서비스 산업 발달,수많은 벤처기업 설립 등의 엄청난 파급효과까지 낳았다.


그는 결과적으로 미래 성장엔진과 글로벌 기업 육성의 지름길이 이 같은 메가상품 발굴이라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재 생산에서 일반재 생산으로 눈을 돌리고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울 경우 밖에서 사오는 실리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신상품의 효용을 높이는 인프라 구축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관리지표도 상세히 일러준다. 360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