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터넷 세상‥심재명 < MK픽처스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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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명 < MK픽처스 사장 shim@myungfilm.com >
이미 고인이 된 여배우와 관련한 모 인사의 인터뷰 내용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기사에 꼬리를 물고 댓글이 달리고,연이어 또 다른 내용의 기사가 작성돼 올라온다.
모 야당 의원의 '대졸 대통령 발언'도 인터넷의 핵폭탄으로 며칠간 인구에 회자된 바 있다.
네티즌을 흥분하게 만든 '개똥녀 이야기'도 공중파 방송의 뉴스 보도를 통해 전 국민에게 전해졌고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몰아갔다.
어떤 사건,사고,사실도 단 수분 안에 온 나라를 휘저을 수 있는 인터넷의 위력을 거듭 확인하는 순간들이다.
대부분의 포털 사이트가 뉴스와 기사 서비스를 하면서 점점 오프라인 언론 매체의 영향력이 하향 평준화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매체의 놀라운 속보성은 점검하고 걸러내는 시간을 건너뛰어 누가 더 빨리,누가 더 튀는 제목을 달고 뉴스를 올리느냐로 치닫게 만든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의 시선을 잡아끄는 비주얼과 기사 제목을 클릭해 보면 정작 어이없는 농담류의 내용들도 부지기수다.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어서 이슈가 될 수 있는 것들로 채워지는 뉴스들,거기에 덧붙여지는 댓글들의 행진은 순간의 융단폭격일 뿐,그 이상의 진지한 고찰이나 담론 형성과는 거리가 멀다.
때로 인터넷 매체와 네티즌이 합심한 융단폭격은 특정 대상을 마녀 사냥으로 몰아세우기도 하고,또 누군가는 졸지에 굉장한 스타로 탄생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가 지난해 제작해 올 초에 개봉한 한 영화도 인터넷의 득세와 과열 경쟁하고 있는 언론 매체의 이슈를 위한 이슈,무책임한 기사로 피해를 본 바 있다.
앞뒤 정황을 잘 알 터인데 보다 선정적인 기사 선점을 위해 복무한 그 기사가 이후 수많은 후발 기사들을 촉발시켰고,그 영화는 본 모습을 훼손받은 채 다른 운명의 길을 걸었다.
저널리즘의 역할까지 자임하고 나선 포털 사이트도 있고,그 중간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천만명의 눈을 사로잡는 가공할 파워의 포털 사이트든,변화하는 환경에 발걸음을 맞추려고 애쓰는 온·오프라인 저널이든,저널리즘의 윤리와 거대 매체의 사회적 순기능에 대해 고민 좀 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