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 건축학도가 멕시코 건축가 바라간에게 심취해 라틴 열병을 앓는다. 안데스 산맥의 하늘을 유유히 나는 콘도르를 꿈꾸고, 스페인어를 배우고, 안데스 능선을 말 타고 달리겠다며 승마를 배우고,라틴아메리카의 고대 문명과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고정석의 라틴앨범'(바람구두)은 이렇게 10여년 동안 라틴 열병을 앓던 그가 어느 날 훌쩍 라틴아메리카로 날아가 8개월간 곳곳을 누비며 담아낸 345장의 사진과 함께 전하는 '라틴 예찬'이다. 그토록 흠모하던 바라간의 나라 멕시코에서 시작해 마야 문명의 터전이던 중미를 거쳐 중미와 남미 사이의 '데리안 갭'을 건너 콜롬비아와 페루,볼리비아,칠레,아르헨티나까지 11개국을 훑는다. 고대 마야문명과 정복자 스페인이 남긴 식민지풍의 문명이 두 겹으로 공존하는 멕시코시티,막힌 듯 이어지며 추상화처럼 중첩되는 골목길,데킬라에 취하고 정에 취하는 멕시코 사람들의 넘치는 인정미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남미 최대 명절인 '세마나 산타(부활절)'의 거리 행진,전통 모자 '추요'를 짜는 잉카인의 후예들,사랑의 춤 '쿠에카'를 추는 칠레 처녀들의 색동 웃음,성모 마리아와 인디언 주술을 마음대로 혼합하는 과테말라의 박수무당은 라틴 아니면 볼 수 없는 모습.거리의 춤판에서 '즉석 피에로'가 되기도 한다. 라틴의 마지막 밤을 보낸 부에노스아이레스 탱고 바의 정열과 낭만이 그대로 전해진다 288쪽,1만58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