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실수줄이기'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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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대표적인 선수가 박세리와 데이비드 듀발(34·미국)이다.
듀발은 지난 99년 두 차례,총 15주간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올랐을 정도로 전도양양한 선수였다.
박세리도 소렌스탐,캐리 웹(31·호주)과 더불어 세계여자골프 '3강'을 이뤘던 코리안 파워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의 현재 위치는 미국PGA LPGA투어의 '보통선수'에도 못미칠 만큼 초라하다.
우승은 커녕 커트를 통과하는 것조차 힘에 겨운 모습이 팬들이 보기에도 안타까울 지경이다.
퍼트할때 '입스'(yips)현상으로 슬럼프를 겪은 선수는 허다하다.
입스는 특히 짧은 거리의 퍼트때 심리적 불안감으로 인해 자신없이 스트로크하는 것을 지칭한다.
베른하르트 랑거(48·독일)가 한때 지독한 입스로 고생하며 온갖 퍼팅그립을 '섭렵'한 적이 있다.
코리 페이빈(46·미국),스티브 엘킹턴(43·호주),노타 비게이3세(33·미국),캐리 웹등도 한때는 잘 나가다가 급제동이 걸린 상태다.
흔히 '골프는 누가 실수를 적게 하느냐의 게임'이라고 말한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기적 같은 샷을 해 승리하는 경우도 있지만,대부분은 경쟁자들보다 실수를 적게 하는 선수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일컬어지는 잭 니클로스(65·미국)는 "한 라운드에 마음에 드는 샷은 네댓 차례에 불과하다"고 한 적이 있다.
세계 최고의 골퍼가 그렇다면 다른 프로골퍼들이나 아마추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마추어들이 실수를 많이 하는 편이라면,프로들은 실수는 적은 대신 '슬럼프'라는 달갑지 않은 과정을 거치곤 한다.
한때 아니카 소렌스탐(35·스웨덴)을 따라잡을 선수로 평가되던 박세리(28·CJ)의 요즘 성적을 보면 슬럼프가 선수들을 얼마나 괴롭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수와 슬럼프가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골프의 한 요소라면 그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실수가 장기화되면 슬럼프로 이어지고,슬럼프가 지속되면 골프의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실수는 잊되 교훈으로 삼으라
라운드에서 실수는 여러가지 형태로 다가온다.
섕크,뒤땅치기,토핑,벙커샷 '홈런',러프에서 한 스트로크에 두 번 치기 등이 대표적이다.
타이거 우즈조차 얼마 전 스푼티샷이 뒤땅치기가 되며 180야드 정도를 보낸 적이 있다.
실수는 '어이없는 것'일수록 후유증도 크다.
실수에 연연해 다음 샷은 물론 그날 라운드 전체를 잡치기도 한다.
많은 교습가들은 라운드 중 실수가 나오면 그것을 곧 잊으라고 말한다.
다음 샷이나 다음 플레이에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실수를 한 골퍼들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직전 샷을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실수에 연연할수록 다음 샷 실패확률은 높아진다.
단 그 실수를 영원히 지워버려서는 안 된다.
다음번에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날 실수가 있었다면 라운드 직후 '복기'를 통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라운드 중의 실수야말로 자신의 골프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 슬럼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골프에서 슬럼프는 주로 프로들에게 해당되지만,아마추어들 가운데도 오랫동안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슬럼프는 극복하려는 의지와 노력 여하에 따라 그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골프전문가들이 말하는 '슬럼프 극복법'은 이렇다.
첫째 골프를 떠나 쉬라는 것.아쉽지만 당분간 골프를 잊고 다른 일에 몰두하라는 말이다.
당사자가 아닌,제3자의 입장에서 골프를 바라보면 해결책이 생길 수도 있다는 충고다.
둘째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것.골프를 처음 배울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그립 어드레스 스탠스 정렬 등 기본에서 다시 출발하라는 말이다.
기초가 튼튼하면 슬럼프가 스며들 여지가 없어진다.
셋째 현재의 골프에서 변화를 모색하라는 것.'내기 골프'에 빠져있었다면 내기를 전혀 하지 않고 라운드를 해본다든가,그립이나 클럽을 바꿔본다든가,창피하지만 '레이디 티'에서 티샷을 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골프를 새로운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넷째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라는 것.슬럼프가 정신적인 원인이라면 골프심리학자나 카운슬러 등을 찾아가 컨설팅을 받아본다.
기량적인 측면이 원인이라면 코치나 프로골퍼와 동반라운드를 하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겠다.
다섯째 대범하게 생각하고 스스로 자신감을 북돋우라는 것.'골프가 별거냐' '그 까짓것 안 들어간다고 해서 내 인생이 변하냐' 등으로 대범하게 생각하고 자신있게 스윙하는 것이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