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7월부터 하루 생산량을 50만배럴 늘리겠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오히려 이틀 연속 오르며 최근 2개월 새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미국 원유 재고량 감소에 이어 러시아의 4월 생산 감소와 정제능력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면서 배럴당 56.58달러를 기록,전날보다 1.01달러나 올랐다. 이는 지난 4월4일(57.27달러)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곧 6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어 고유가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원유 파생상품거래에서 1,2위를 다투는 모건 스탠리와 골드만 삭스가 향후 원유 가격을 각각 폭락과 폭등으로 정반대 전망을 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모건 스탠리 '현재유가는 거품' 모건 스탠리의 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엔디 시에는 16일 세계경제 둔화와 대체에너지 증가로 4분기로 가면 투기적 수요에 의한 유가의 거품이 꺼지면서 가격이 폭락해 이후 2~3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시에는 '블랙홀'처럼 원유를 빨아들이던 중국의 원유 수입이 올 들어 5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줄었고 미국의 원유재고가 1분기 중 6.4%나 증가했는 데도 올 들어 원유가격이 40% 가까이 급등한 것은 원유 거래자들의 과도한 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기적 수요로 인한 원유 가격 급등 현상을 '마지막 열풍'이라고 전제하면서 경기둔화가 심화될 4분기에는 거품이 꺼질 것이라며 중국의 수입 급감이 가격 폭락의 촉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에는 천연가스나 석탄 등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이 촉진돼 원유가격으로 치면 배럴당 20달러밖에 안되는 가격으로 비슷한 열량을 내는 대체에너지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 '유가 100달러 시대 온다' 그러나 모건 스탠리와 함께 원유시장에서 가장 큰손인 골드만 삭스의 전망은 정반대다. 이 회사는 이미 3개월 전부터 앞으로 수년래 국제 원유값이 배럴당 최고 105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골드만 삭스의 원유 분석가 아전 머티는 국제원유 가격은 '폭등 주기'(Super hike)의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며 수년 내 배럴당 55~105달러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에 들어선 지 1년이 지났는 데도 중국과 미국의 강한 경제성장이 지속되고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지난 70년대의 오일쇼크 때와 같은 가격 폭등이 있고난 연후에야 비로소 소비가 줄고 생산능력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머티는 뉴욕상품거래소의 거래 기준이 되는 WTI 현물가격 전망치(평균가격)도 2005년 배럴당 41달러에서 50달러,2006년 40달러에서 55달러로 높였다. 전문가들은 골드만 삭스의 이 같은 고유가 전망에 대해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커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의 케빈 커는 "골드만삭스는 투기 차원에서 원유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시장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무책임한 전망"이라고 꼬집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