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중단을 이번 정상회담의 중요 의제로 삼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에서 야스쿠니를 대신할 제3의 추도시설 건립을 제안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17일 일본 언론을 통해 "꺼림칙함 없이 추모할 수 있는 시설이라면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혀 앞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신사 참배 문제는 내년 9월 고이즈미 총리 임기 만료를 겨냥,집권 자민당 차기 총리 후보들간에 최대 쟁점 사항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기 총리 1순위인 아베 신조 간사장 대리를 주축으로 한 젊은 의원들 사이에선 찬성론이 강한 반면 일본 전몰자 유족회 회장 고가 마코토와 전 관방 장관 후쿠다 야스오 등 중진 의원들은 인근국 정서를 고려,총리의 참배를 자제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제의 야스쿠니신사(靖國神社)는 당초 1869년 왕정복고 세력이 막부를 밀어내기 위해 치른 '보신(戊辰)전쟁'의 사상자들을 위한 위령소로 세워졌다. 원래 이름은 '도쿄초혼사(東京招魂社)'였다가 10년 후인 1879년 '신을 모시는 곳'이라는 의미의 현재 이름으로 개명됐다. 야스쿠니신사는 청일전쟁,러일전쟁,1·2차 세계대전 등 지난 100여년간 일본이 주도했거나 개입한 국내외 전쟁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위패(이름을 적은 나무패)를 모아놓은 곳이다. 명부에는 2003년 10월 현재 246만6495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대다수가 일본인이지만 한국인 대만인 등 과거 침략지역출신 전사자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 세계 2차대전 피해국들이 일본에 신사 참배 중단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이곳에 2차대전 당시 참모총장이던 도조 히데키 등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장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1978년 이들 전범의 위패를 이곳에 '몰래' 합장하고 1985년 나카소네 총리를 시작으로 총리들이 신사를 계속 참배해왔다. 특히 피해국 유족들은 야스쿠니측이 자신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가족의 위패를 '범죄자'들과 섞어놓은 만큼 이를 빼달라며 계속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신사는 비정부 종교단체'여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할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워 이를 거부하고 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