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페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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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임실군에 있는 오수의 충직한 개(犬)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감동적이다. 이곳에 사는 김개인이라는 사람은 어느 날 이웃 마을 잔칫집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술에 취해 논둑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그 때 잔디에 불이 붙어 불길이 바람을 타고 마구 번져갔다. 위기를 느낀 개가 마구 짖어댔지만 곯아 떨어진 주인은 깨어날 줄을 몰랐다.
마침내 개는 물속에 뛰어들어 온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의 주변에 뿌리기 시작했다.
아침에 잠을 깬 주인은 사방이 모두 새까맣게 타 있는 가운데 자신의 개도 불에 타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충정에 감복한 주인은 나무를 잘라 애도하는 글을 새겨 비석을 세웠다.
그런데 이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서 큰 나무로 자라자 오가는 사람들이 개나무(獒樹),즉 오수라 불렀다고 한다.
오수라는 지명은 바로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전해진다.
이처럼 개에 얽힌 살신성인의 감동적인 얘기들은 부지기수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유독 개를 좋아하고 가족처럼 여기기 일쑤다.
애완견을 기르는 가구 수가 150만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주는 듯하다.
서구 어느 나라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애정이다.
사람과 개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은 학자들의 연구보고서가 설명하고 있다.
개는 희노애락과 같은 감정을 사람과 같이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친밀도가 어느 동물보다 높다고 한다.
지능도 80 단어 정도를 이해할 수 있는 3세 어린이 수준이어서 초보적인 대화가 가능하다고까지 말한다.
게다가 후각과 청각이 고도로 발달돼 맹인과 장애자의 길잡이 노릇과 힘든 일을 대신하기에도 그만이라는 것이다.
애완견 숫자가 불어나면서 사회적인 문제점들도 불거지고 있다.
얼마전 지하철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처리하지 않고 사라진 '개똥녀'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주인들의 사회적 의무가 새삼 부각되는 분위기다.
소위 애완동물(pet)의 예절(etiquette)을 강조하는 '페티켓'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충직한 개를 기르다 보면 못지 않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도 생긴다고 하는데,이제는 더 이상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일은 없어야 겠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