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인 면담을 갖기로 한 17일 오전,우리 정부 대표단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넘쳐흘렀다. 전날 밤 두 사람 간 면담을 갖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하긴 했지만 밤 사이 북측에 어떤 사정변화가 있었는지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정 장관 등 대표단은 북측이 면담 시간과 장소를 통보해 올 때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오전 8시25분.정 장관은 백화원 안에 있는 인공호수 주변에서 고문단으로 함께 방북한 최상룡 고려대 교수와 조깅을 하고 있었다. 김상일 수행비서가 급히 정 장관에게 달려갔다. '긴급 보고'를 받은 정 장관은 곧바로 숙소인 백화원 2각으로 들어갔다. 정 장관은 도중에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 비서와 현관에서 마주쳤고 두 사람은 선 채로 30초 간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표단 주변에서 '아무래도 김 위원장 면담인 것 같다'는 수군거림이 있었고 이를 방증하듯 정부 대표단의 움직임에 긴장감이 느껴졌다. 대표단 긴급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정부 관계자는 취재진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VIP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해 면담일정을 비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어느새 영빈관 2각 정문 앞에는 북측이 정 장관을 위해 마련한 벤츠 리무진이 시동을 켠 채 대기하고 있었다. 검색대 주변에는 권총을 소지한 북측 요원 10명이 늘어섰고 리무진 주변 경계도 삼엄해졌다. 오전 9시15분.당국 대표단 대변인을 맡은 김홍재 통일부 홍보관리관은 백화원 3층 프레스센터를 찾아와 "정 장관과 김 위원장 간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두 사람은 단독면담 후 6·15 선언의 남측주역들과 오찬도 함께 했다. 정 장관은 오전 10시38분 백화원초대소를 출발,오후 4시8분께 돌아왔다. 당초 예상했던 오후 2∼3시를 훨씬 넘긴 시간이었다. 평양=공동취재단·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