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29대책'을 비롯한 기존의 모든 부동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부동산 정책의 향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전면 재검토'의 의미가 종전의 수요억제 정책기조를 공급 확대로 선회하겠다는 뜻인지,아니면 투기억제 방안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얘기인지에서부터 해석이 분분하다. 또 기존 대책 중 어떤 것이 폐지되고,어떤 새로운 대책이 추가될지도 초미의 관심이다. 정부는 오는 8월 말까지 여야 협의와 국민 의견을 수렴해 부동산 정책의 새판을 짜겠다는 방침이다. 앞으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주목된다. ○왜 '전면 재검토'인가 정부가 17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 '당·정·청 부동산 정책회의'에서 기존의 모든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것은 그간의 대책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3년 10·29대책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부동산 안정 대책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그때 뿐이었고,이내 부동산 값은 다시 올라 불안이 야기됐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 집값은 더 오른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 지역균형개발 정책에 편승한 전국적인 땅 투기 조짐까지 노골화되면서,참여정부가 그간 강도 높게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이 전반적으로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노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부동산 대책을 놓고 정부가 그동안 전략적,종합적,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질책한 뒤 "당과 정부의 시각차를 좀더 조율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최근 집값 불안이 서울 강남과 분당 용인 등의 국지적 현상이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시장 불안심리가 확산돼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란 위기 의식도 정부로 하여금 부동산 정책을 전면 재점검토록 했다는 분석이다. ○투기규제는 더 강화될 듯 정부의 부동산 대책 전면 재검토는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 강화'에 더 무게가 실려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회의 직후 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향후 대책 방향과 관련해 "우선 시장 불안심리를 제거하고 투기이익 기대심리를 차단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발표됐거나 시행 중인 부동산 대책들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을 정밀 재검토해 일부 대책은 폐기하고,일부 대책은 보완하는 등의 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일단 부동산 보유세를 더욱 강화하는 등의 세제 보완을 추진하면서 부동산 실거래가 파악 등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강도 높은 대책이 마련될 전망이다. 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토지개발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공 주도의 서민주택 공급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동안 시장에서 역효과를 초래한 것으로 지적되는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방침이나 층고제한과 소형평형 의무공급 등 아파트 재건축 규제도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제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집값 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쉽게 풀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세제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규제 일변도였던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이 공급확대 쪽으로 급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도 "참여정부 출범후 유지해온 부동산 안정과 부동산 초과이익 억제 등의 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